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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Dec 30. 2023

내 생의 반려자

현실과 이상사이, 

헬륨가스 잔뜩 든 풍선같은 나란 인간

중력으로 꽉잡고 있는 남자, 

내 남편이다. 


그와 내가 서로 깎여 들어맞은지 십일년차,

그간 서로 볼 꼴, 안볼 꼴 다 보면서

신혼 초 입에 달고 살았던 '이혼'말이 쏙들어가도록

서로의 사람이 되었다. 


말하자면 사람 '인'처럼 

서로 기대어 어느 한 쪽이라도 균형이 무너지면 안되게끔, 

때로는 아슬하게 때로는 확고하게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가끔은 그가 내 속을 박박 긁어서 열이 머릿 꼭대기까지 뻗칠 때도 있으나,

그건 그가 화를 분출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 네거티브하게 싸잡아 긁어 내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선은 지켜주는 것이 당연히 가장 중요하다. 


내가 아플 때마다 가슴 아파하고, 앞으로 또 아플까봐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남편을 떠올리며 한떄는 그를 위해 그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나를 버리지 않는 한

찰떡같이 그의 곁에 붙어있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결혼생활처럼 밀접하고 긴밀한 관계를 십년남짓 해 보니,

다짐만으로 그와 결혼할 수 없었던 것처럼(마치 신비한 어떤 절대자의 힘이 작용했던 것 같다. 나는 카톨릭 신자임),

의지만으로 그와의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도 없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정해놓으신 길을 따라 

손 꼭잡고 그와 산책을 하리라.

혹여 갈림길이 나오더라도 그간 쌓아온 노력과 정성을 생각하여

서로를 가엾게 여기고 잡은 두 손을 놓지 않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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