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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May 10. 2024

어떻게 너는 볼수록 예뻐?

첫사랑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난 너무 가슴이 떨려서

우리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나고 있네요

이건 꿈인걸 알지만

지금 이대로 깨지 않고서

영원히 잠잘 수 있다면

날 안아주네요. 예전 모습처럼

그동안 힘들었지 나를 보며 위로하네요

내 손을 잡네요 지친 맘 쉬라며

지금도 그대 손이 그때처럼 따뜻하네요     



첫사랑이 끝나고 지인의 표현에 의하면 “끈 떨어진 연”같아 보인다던 내가 두 번째로 만났던 사람은 나에게 “어떻게 볼수록 예쁘다”는 범상치 않은 멘트를 했다. 그것도 직접 들은 말이 아니라 소개를 시켜줬던 이를 통해 듣게 되어 온통 주변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그런데 인연이 되지 않으려고 그랬는지 하필 그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가 박정현이었고, 듣도 보도 못했던 호소력 짙은 가수의 콘서트에 연인의 손에 이끌려 갔던 나는 한 곡의 노래 “꿈에”를 듣다가 무너져 내려버렸다. 

다음 대목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을 거다.      



혹시 이게 꿈이란 걸 그대가 알게 하진 않을 거야

내가 정말 잘할 거야.

그대 다른 생각 못하도록

그대 이젠 가지 마요 그냥 여기서 나와 있어 줘요

나도 깨지 않을게요. 이젠 보내지 않을 거예요     




이 즈음에서는 아마 눈물이 폭포수처럼 흐르다 못해 펑펑 흘렀을 것이고 남자친구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나를 데리고 콘서트장 밖으로 나를 데리고 나갔던 듯하다.      



계속 나를 안아주세요. 예전 모습처럼

그동안 힘들었지 나를 보며 위로하네요

내 손을 잡네요 지친 맘 이젠 쉬라며

지금도 그대 손은 그때처럼 따뜻하네요

대답해 줘요 그대도 나를 나만큼 그리워했다고     




아마도 이 뒷부분은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본다.      



바보같이 즐거워만 하는 날 보며

안쓰런 미소로 

이제 나 먼저 갈게 미안한 듯 얘기하네요

나처럼 그대도

알고 있었군요

그래도 고마워요. 이렇게 라도 만나줘서

날 안아주네요. 작별인사라며

나 웃어줄게요

이렇게 보내긴 싫은데

뒤돌아 서네요 다시 그때처럼

나 잠 깨고 나면

또다시 혼자 있겠네요 저 멀리 가네요

이젠 익숙하죠 나 이제 울게요

또다시 보내기 싫은데 보이지 않아요

이제 다시 눈을 떴는데 가슴이 많이 시리네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난 괜찮아요 다신 오지 말아요       



볼수록 예쁜 나는 그 사건을 계기로 남자 친구에게서 손절을 당했다. 인생에 만약이 있다면, 최소한 연인과 함께 가는 콘서트의 가수와 노래 곡명에 대해 한번쯤 훑어보고 “꿈에”라는 노래를 마주할 자신이 없다면 바쁘다는 핑계라도 대었을 텐데. 만약 손수건 한 장이라도 준비했더라면 잊지 못하는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에 흠뻑 젖은 얼굴을 적나라하게 남자친구에게 보이지 않았을 텐데. 적지 않은 나이에도 책임감 없이 어렸었다는 원망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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