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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자란 교수부부

주변에 형제자매나 친척 없어요?

"아~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여자의 웃음소리는 한참 동안 수화기 너머로 울려 퍼졌다.


"아, 내가 이렇게 웃으면 안 되는데."


강남으로 이사를 가는데 일반 보습 학원을 가면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우연히 인별그램에서 영어 5대 학원과 수학 명문학원이라는 곳을 접하게 되어 입학테스트 시기와 시험범위 준비방법을 조사하는 단계였다. 


명문학원인 "황*수학" 네이버 검색을 하고, 곧바로 황*수학 입학테스트를 준비하는 써브학원이라고 광고가 붙은 브랜드 아파트 단지 내 학원정보가 떴다. 통화연결음 끝에 원장이라는 여성은 나에게 어느 초등학교에 다닐 예정이냐, 사는 지역이 어디냐, 수학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느냐를 이리저리 탐색했다. 그리고, 곱셈을 하고 있다는 나의 말에 빵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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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하하하......"


어머니, 자녀분이 다니게 될 학교는 "학군지"가 아니고요,

지금 저희 아이들은 최소공배수, 최대공약수, 아주 작은 수 나누기, 분수 개념까지 익히고 있어요.


주변에 형제자매나 친척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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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5학년 수학을 가르친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수학학원 원장님은 주변을 좀 보고 분수파악을 하라는 말을 끝으로 내 자녀의 입학 사정을 마쳤다.  




나와 남편을 소개해 준 외사촌 오빠는 S대학병원 교수이다. 외사촌 오빠는 과학고등학교를 나와서 과학기술대학교에 입학을 하였고, 본인이 장수술을 받고 의사직업에 호기심을 느껴 편입을 했다. 그리고, 의대에서 내리 수석을 하더니 대학병원 교수가 되었다. 박사도 땄다.


남편은 박사가 없다. Columbia Univ.  석사 취득 후 미국 내 유수의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시아버님이 편찮으셔서 귀국하여 나를 만났다. 미국과 한국 건축사를 동시에 갖고 있다. 


외사촌 오빠는 어릴 때부터 영재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랐고, 실제 그래서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고, 과외를 받아본 적도 없었다. 남편도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둘이 강남에서 나고 자란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또 이웃사촌이었다. 


나 역시 강남에서 자랐는데, 전교 2~10등 정도 유지했다고 치자. 우리 학교 1등은 전국 1등이었다. 사실 전교 10등도 더 넘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과였고, 한 반이 35명이었는데 이과는 두 반 밖에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반항기가 심하게 와서 공부에 손을 놔서 고등학교 1학년때 성적이 가장 좋았고 이후로 쭉 떨어졌지만, 그래도 S 대는 갔다. 역시 학원이나 과외받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자신 있었다. 

공부뿐 아니라 삶이라는 실전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아파보았고, 마음과 다르게 꿇어보았고, 뜨겁게 눈물 흘려보았고,

눈물조차 흐르지 않을 만큼 지쳐도 보았고,

그래도 다시 일어났으며, 

걸었고,

주변을 둘러보았고, 

뒤에 오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었다고,

아들에게 그 누구보다 잘 가르쳐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충격받았다. 

왜 비교해보지도 않고 자신했냐는 듯, 

원하는 학원에 입학테스트를 준비해 주는 학원조차 들어가지 못한다는 현실에 어리둥절했다. 


가슴이 뛰었다.

쫓기듯 뛰기 시작했다. 

앞서 나가는 엄마들과 비교하라고,

비교조차 할 생각 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깎아내리라고 

비웃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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