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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끝까지 물어서는 안 되는 말

아동을 연구한답시고

육아서와 논문을 섭렵했으나

얕고 가벼운 나의 마음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입에 올렸다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


강남강남

학원 정보에 어푸러져서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나부끼다가

치미는 감정 소화도 못해서


아홉 살 소년의 가슴을

할퀴고 말았다.


못난 어미 같으니라고.


최대공약수, 최소공배수야 10분이면 배우고 30분이면 익히지..

영어에세이는 일주일에 한 두 문단씩 써보는 연습을 하면 되지..


순간 생기는 감정에 휘둘려

책임감이라고는 없이

홧김에,

내지르는 어미의 못된 성미를

고대로 보이고 있다.


취소...

못 하겠지.

후회도 소용없겠지.


대신 아들에게 사과를 했다.

네가 살아있는 동안 아빠엄마는 함께 살 거라고.

함부로 말해서 미안하다고.


침묵을 깨고

아들이 말했다.


"어제, 말이야
어!?
아빠가 엄마한테 이러고저러고
엄마가 아빠한테 이러고 저러더니
어!? 막 그런다고..."

아이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몰라도 두렵고 충격적인 경험으로 남아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얘기하길 잘했다.

사과하길 잘했다.

아이의 의식 속에 잠재된 분노, 불안, 두려움을 언어로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에 감사하다.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쉽게 포기해버리곤 하던 나의

가치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꼭 아이를 위해서만은 아니고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책임감의 무게를 견뎌나가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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