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대치동에서 홀로서기
Sep 25. 2024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끝까지 물어서는 안 되는 말
아동을 연구한답시고
육아서와 논문을 섭렵했으나
얕고 가벼운 나의 마음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입에 올렸다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
강남강남
학원 정보에 어푸러져서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나부끼다가
치미는 감정 소화도 못해서
아홉 살 소년의 가슴을
할퀴고 말았다.
못난 어미 같으니라고.
최대공약수, 최소공배수야 10분이면 배우고 30분이면 익히지..
영어에세이는 일주일에 한 두 문단씩 써보는 연습을 하면 되지..
순간 생기는 감정에 휘둘려
책임감이라고는 없이
홧김에,
내지르는 어미의 못된 성미를
고대로 보이고 있다.
취소...
못 하겠지.
후회도 소용없겠지.
대신 아들에게 사과를 했다.
네가 살아있는 동안 아빠엄마는 함께 살 거라고.
함부로 말해서 미안하다고.
침묵을 깨고
아들이 말했다.
"어제, 말이야
어!?
아빠가 엄마한테 이러고저러고
엄마가 아빠한테 이러고 저러더니
어!? 막 그런다고..."
아이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몰라도 두렵고 충격적인 경험으로 남아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얘기하길 잘했다.
사과하길 잘했다.
아이의 의식 속에 잠재된 분노, 불안, 두려움을 언어로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에 감사하다.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쉽게 포기해버리곤 하던 나의
가치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꼭 아이를 위해서만은 아니고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책임감의 무게를 견뎌나가겠다고 다짐한다.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