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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e to K-daughters

세상의 모든 착한 딸들을 위해,


엄마는 스물여섯에 결혼하여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40년을 살았다. 

우리 할머니는 아들을 사랑하셨고, 오빠와 나를 사랑하셨다.


식탁 위의 고기반찬은 아빠 앞에서 오빠를 거쳐 내 앞으로 왔다 갔다 했다. 


그렇게 긴 시간 맘 편히 거실에 널브러져 TV 한 번을 보지 못하고,

하루 세끼 어르신 진지를 차려내신

어머니에게 

나는 날개였다. 


내가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엄마가 특별한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엄마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었다. 

친구 엄마들은 나와 함께 그룹을 지어 과외를 시키고 싶어 했고, 

선택권은 우리 엄마에게 있었다. 


엄마는 나에게 학생에게 과분한

액세서리와 화장품, 옷들을 사주었다. 

엄마는 감각이 남다른 편이었고,

당신을 위해서는 아울렛 매대에 누워있는 옷만 사도

내 옷을 살 때면 용감하게 백화점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을 권했다. 


고부갈등이 있어도,

부부싸움을 해도,

엄마는 나를 안고 위로를 받았다. 


그런 엄마의 마음이 나에게 너무나 섬세하게 읽혀서

나는 한 번도 할머니를 마음 놓고 사랑할 수가 없었다. 


미움과 미안함이 섞인 감정들의 싹은 뿌리 깊게 내려

이제는 친정에서 할머니를 뵈어도 

어떠한 감정조차 느끼기가 힘들다. 


문득

엄마에 대한 나의 감정이 너무 버거워

날 세워 싸운 다음날...(엄마와 딸의 싸움은 칼로 물 베기이다.)

그래도 생일이라고 대학 기숙사로 예쁜 갈색 구두를 주고  

별말씀 없이 황망히 돌아가시던 엄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얌전한 리본이 가지런하게 달린 구두였는데,

정작 그 생일날은 나를 불러주는 사람도 없었고, 갈 데도 없어서 되려 심란해했었다.


엄마 손 붙잡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대학로 우동이라도 한 그릇 같이 나눠먹을 걸.


다음번 친정에 가면 

할머니 손도 잡고, 따뜻하게 말도 몇 마디 붙여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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