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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밥이 어때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 아니면서

하루 세끼 뜨신 밥 지어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이상 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밥을 먹기 위해서

기재료를 파악하고,


어느 루트로 재료를 공수받을 것인지

가족의 선호 메뉴가 무엇인지 고려하며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첫 관문이다.


끼니가 돌아올 때

냉장고에 구입해 둔 재료를  떠올려

메뉴선정에 성공하면 주부 8단,


각종 신선한 야채, 해산물, 육류를

조리하여 적절한 소스와 한껏 취향 살려

차려내면 주부구단 인정이다.


일흔 다섯 지금도 딸의 전화 한 통이면 한 달음에 달려와 뜨신 국과 밥을 지어주시는 친정어머니 vs

약사생활 노하우로 신행 때 시댁을 찾았을 때부터 우리 부부 매번 즉석밥 한 상자씩 챙겨주시던 시어머니


힘들었다.

친정어머니 기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살림 수준이 부끄러웠고,

시어머니의 기민한 순발력이 내겐 없었다.


결혼 십일 년 차.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할 때.


새벽배송, 당일출고, 무료배송, 밀키트

쿠*, 네*버.. 온라인 상점들은 워킹맘들에게  육아와 생활의 고됨을 덜어줄 신제품으로 무장을 하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신문물을 적극활용할 줄 아는 융통성이란 미덕을 갖춘 신여성이 되기란...

일하는 여성 1.5세대인 나는

편의아이템을 선택할 때

근본 없는 죄의식에 시달리고,

새로운 아이템을 구입하고 시도할 때는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어차피 나는

이것저것 고급한 취향을 내세울 처지가 아니다.


찬장에

빵, 잼, 카레, 즉석밥, 구이김, 스팸, 참치...

냉장고에

고기, 버섯, 달걀, 두부, 파프리카. 상추, 양파, 감자..

냉동실에

멸치, 만두, 아이스크림....


차라리 공식을 세우자.

공장을 돌리자.


하루 세끼 레디메이드의 도움으로라도

끼니를 챙길 수 있다면.

돌아서서 뭐 먹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양질의 음식은 그다음 이슈다.

생존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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