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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이사

강남 재입성

치명적인 문제는 자기 비하가 익숙하고 편하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교육철학이 부족했다고 원망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늘 나보다 우월한 친구, 친적과 비교를 하면서 열등감에 젖어들었다. 사회화를 위한 적당한 눈치와 비교, 틀 안에서의 경쟁은 실력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으나, 지나친 경쟁심과 열등감의 반복은 서서히 나를 좀먹어 갔다. 



전세살이로 서울 안팎을 오가면서도 꿀린 적은 없었다.
그런데, 눈 가리고 귀 막고 살면서
행복하지도 않았다.
역설적으로 외부자극으로부터 
나를 차단시켜야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지치게도 슬펐다.


행복을 찾아 대이동을 했건만, 

철통보안에 으리으리한 성안의 공주처럼 사는 친구 집 앞에서도 나는 괜찮다고 마음 속으로 철벽을 쳤건만,

새로운 보금자리에서도 늘 다툼이 이어졌다. 


다툼의 소재는 밑도 끝도 없었다. 


행복하지 않은 아내를 보며 남편은 좌절했다. 학위를 취득하고 맞벌이로 수입이 조금씩 늘면서 빚을 얻어 내 집마련을 하였고, 서울에 입성을 하였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문득문득 "타인의 기준"에 많이 못 미치는 느낌에 시달려야 했고, 지금 우리의 생활수준이라도 유지하고자 한다면 아이에게 유년시절을 점철했던 경쟁과 성취욕망에 불을 붙여줘야 했다. 무엇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격의 없이 친분을 쌓게 될 친구들의 사회경제적인 환경이 내 자녀의 성장 환경이 될 터였다.


자기주도학습이란
아이가 학습의 필요를 느끼기 전(필요성을 느끼면 늦는다?) 
경쟁적 환경 속에서 실력을 닦으며
저절로 관성에 의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이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앞선 이사와 다르게 이번은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몸부림 칠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행복을 빚어나가겠다. 그리고 처절한 그 대 변혁의 작업을 아이에게 몸소 보여주겠다.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우리 함께 숨 쉬는 이 순간 온몸으로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배워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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