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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mune Jan 05. 2024

자고로 새해엔 작심, 작심 중 제일은 글쓰기라

글을 쓰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새해가 되면 작든 크든 어떠한 마음을 먹게 된다. 해가 바뀔 때마다 글쓰기가 작심목록에서 빠진 적이 있었던가… 곱씹어 보니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만다라트에 갈겨써둔 여러 가지 목표들 중에 ‘글쓰기’는 없지만, 그것은 모든 일의 근원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가 빠진 읽기나 자기 계발은 허무맹랑하기 마련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가 바뀌며 글을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다짐해 본다. 거창한 글을 쓴 적도 목표한 적도 없지만, 더더욱 작은 글 소소한 글을 쓰되 계속 쓰자 거듭 되뇐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에서 <어른의 일기> 저자인 김애리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쓸만한 이야기가 없어도 매일 글을 쓰는 방법에 관한 강연이었다. 내 안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글로 쏟아내다 보면 해방감과 더불어 나와 내 일상에 집중하게 되고, 일상을 단단하게 가꾸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일상에 집중하는 시간이 글을 쓰는 시간이라니 사뭇 반어 같기도 하지만, 소소한 매일의 글, 다시 말해 일기에 가까운 글을 쉬지 않고 쓴다는 것은, 매일의 일상을 돌아보고 계획하게 되는 일이므로 결과적으로 일상에 집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글쓰기의 해방감에 관해서는 짧은 글이라도 써서 완성해 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활자로 풀어내어 쓰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어느 정도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실제로 뒷담화가 글쓰기의 전부가 되는 날도 있고, 자책이 그날의 글감이 되는 날도 있다.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뒷담화나 자책에 그쳐있을 마음의 위치는 글쓰기를 통해 더 깊이 더 넓게 도달하고야 마는데, 뒷담화를 넘어 이해로 자책을 넘어 위로로 마음의 방향을 틀어주고 더 나은 나로 살아갈 양분을 얻는다.


‘창의성’에 포커스를 둔 글쓰기라면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빼고 얘기하기 어렵겠다. 나도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초였던가, <아티스트 웨이>를 접하고 마치 손가락 운동을 하듯이 모닝아무글 대잔치를 벌인 적이 있었다. 책에서 제안한 기간은 12주였지만, 두꺼운 노트 한 권을 앞뒤로 채우고 두 번째 노트로 성급하게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창의성‘이라는 거대한 목표는 차치하고라고, 일단 내가 이렇게 할 말, 쓸 글이 많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놀라게 되는데, 아마 물리적인 글의 양(노트의 두께)이 창의성을 어느 정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아무 글이지만 이만큼 쓸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자신감이랄까, 콘텐츠 부재에서 오는 막막함을 깨부순 용기랄까 그런 것이 차오르면서 점점 더 긴 글도 쓸 수 있게 된다.


글은 써서 버리거나 삭제하지 않는 한 기록이 된다. 기록은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잣대가 되고, 글을 쓴 시점의 생각과 가치관도 박제된다. 과거에 쓴 글을 읽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나의 구차했던 생각과 가치관을 마주 할 용기가 필요하지만, 나는 글쓰기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 관대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나의 일상과 생에 대해 기록해 주겠나. 단 한 사람의 적임자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단순히 나의 행적을 기록하는 것부터 감정이나 계획까지 모든 것이 기록이 되어 나를 완성하고 앞으로 뒤로 정돈된 삶을 살아가게 할 것이다.


글쓰기의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키즈카페에 앉아 잡글을 쓰고 있는 나처럼… 상황과 여건도 무궁무진할 테지. 글을 계속해서 쓰기 위해서 마음을 가볍게 하자. 나는 대단한 작가가 아니라 글을 쓰는 인간이 되고 싶은 것이다. 가벼운 마음이 글을 계속 쓰게 할 것이고, 그 꾸준함이 언젠가 처참하게 무너진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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