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운동은 하나도 없지만 그중에 하나를 골라보자
새해가 되면 이런저런 다짐들을 하게 되는데 - 예를 들면 영어 공부, 운동 같은 것들 - 사실 이렇게 수많은(?) 새해를 맞이하다 보니 정확히 1월 1일부터 작심을 실행하는 것도 참 모양이 빠지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해지는 것도 스스로 의지박약처럼 느껴지고, 작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고작 삼일 만에 포기할 일도 없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대다 특별히 실내운동을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글쎄 이유랄 게 뭐가 있을까. 그냥 걷는 것 이외의 그 어떤 움직임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것. 하지만 몇 가지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는데 실내운동에 대한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이다.
20대 때 엄마와 동네 피트니스클럽을 가본 경험이 있었는데, 아주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명확히 떠오르는 답답한 공기를 기억한다. 러닝머신을 뛰고 있는 스스로가 다람쥐 쳇바퀴 구르는 것처럼 느껴졌고, 전혀 즐겁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처럼 볼거리 들을 거리가 충분했다면 무심하게 러닝머신을 뛸 수 있었을까? 길고 지루한 뛰기를 더구나 실내에서 하다니 너무 재미가 없었다. 또 한 가지 그 피트니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운영자 혹은 운영진들의 아지트처럼 사용되는 된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피트니스클럽은 훌륭한 시설에 깔끔하고 멋진 공간이 많고, 운동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비교적 고가의 멤버십 회원으로서 서비스를 받는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그때 그곳은 마치 체대생들이 복작이는 동아리방 같은 느낌의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트레이너의 전문성이 느껴지고 운동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저 무리가 나에게 접근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 들 만큼 그들만의 세상인 리셉션과 거기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트레이너들의 잡담과 트레이닝의 체계 없음이 그렇지 않아도 좋아하지 않는 실내운동과의 연을 아주 끊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실로 별로이던 실내운동을 인생에서 아주 재껴버린 나는 타고난 건강으로 2030을 그럭저럭 지내왔으나, 연이은 출산과 40대의 몸을 직격으로 맞아 당황스러울 정도의 엉망인 건강 상태로 지난해를 살았다. 배 기침이 한 달이 넘도록 그치지 않아 이비인후과와 내과를 전전하다,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던 한의원에 가서 약도 한 재 지어먹어보고, 엄마가 보내준 흑염소도 먹어보고, 심지어 허리마저 삐끗하더니 육아 생활에 문제가 생겨 정형외과까지 들락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허리야 물리적인 치료로 점차 나아지긴 했지만, 이 모든 건강 문제들이 면역과 직결된 기초체력이 바닥을 친 게 아니겠나 자체판단 하에 생존운동을 찾아 기웃거리게 되었다.
말 그대로 생존 운동이다. 이제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지경... 걷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실내 운동은 싫지만... 그중에서도 덜 싫은 차악을 골라야 했다. 흔히들 하는 필라테스, 요가, 발레는 근처도 가보지 않아서 엄두가 나지를 않고, 이 비루한 몸을 쌩 기초부터 끌어올려 줄 체조 비슷한 걸 찾다가 '바른척추운동'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이거 어쩐지 안 힘들 것 같고, 척추 바르게 해 줄 것 같은 느낌이야 하면서 덜컥 등록을 하기에 이르렀다.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ㅎㅎㅎ 좀 웃자) 이 비루한 몸은 바른척추운동에 아주 혼쭐이 나고, 혼자 지구를 들었다 내린 것처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서는 부끄럽게 총총 퇴장했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운동을 했고, 예상과 달리 전혀 쉬워지거나 만만해지지 않는 척추 운동을 앞두고는 가기 싫은 마음과 싸우며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물론 매일 하는 것은 아님) 초인적인 의지력으로 두 번째 달을 결제하고 '그래 이렇게 하는 거지 뭐' 마음속으로 수줍게 나 자신 토닥여본다.
올겨울 최고 추위로 정말 가기 싫을 땐, 운전해서 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자. 작심을 했으니, 몸이 이지경이 되었으니 잔말 말고 가자. 아직 1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