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분명, 201호 여자가 죽은 자리에서 발견되었던, 그 피야
이건 분명, 201호 여자가 죽은 자리에서 발견되었던, 그 피야.
투덜거리며 집에 가던 이준에게 문자가 하나 왔다.
깨톡, 깨톡.
‘왜 멀쩡한 팩스 놔두고 지가 카톡을 보내?’
당연히 팩스보다 카톡이 편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준은 지환이 하는 모든 행동이 다 싫었다.
지환 : 이준 연구원님! 잘 가고 계세요?
이준은 ‘분명히 읽었지만 그냥 씹는다’라고 한글로 또박또박 써 있는 이모티콘 하나를 날려 주었다.
지환은 이모티콘에는 아랑곳 없이 계속 지가 할 말을 했다.
지환 : 아이고, 일도 많아 바쁘실 텐데 이렇게 답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퍽도 감사하겠네.’
지환 : 본부로부터 들어온 새로운 정보가 있어요! 그러니까, 보자. 이번에 비행기 폭파 사고 아시지요?
‘아, 그 예쁜 승무원들 둘만 구조한 거? 그거 때문에 요즘 협회도 어렵지 않나? 폭파 사고 유력한 용의자가 우리랑 비슷한 옷을 입고 CCTV에 잡혔다지?’
지환 : 그 폭파사고 진범이 [산테 세데스] 지하 조직이라는 첩보가 있습니다.
이준 : 그건 아까 말했잖아요.
지환 : 근데, 문제가 또 있어요. 폭파 사고에서 분명 죽은 사람 몇몇이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 사람들 명단을 드릴께요.
이준 : 그걸 왜 절 줘요?
지환 : 집으로 찾아가서, 조사해 보시라구요. 산타 세데스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요!
이준 : 제가 왜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요?
지환 : 고액 포상 필요 없습니까? ㅋㅋ
이런 개자식. 당연히 필요하지. 빌라도 시끄럽고 벌레도 자꾸 나오는데, 나도 이제 아파트 이사가고 싶어! 라고 생각했지만 이준은 이걸 굳이 지환에게 말하진 않았다.
이준 : 보조금 외 추가 수당이 있다는 거예요?
지환 : 맞습니다! 1회성이지만 큰 걸로!
이준 : 얼마나 되는데요?
지환 : 이번 건은 워낙 큰 건이라, 관악구에 있는 아파트 하나 정도 사준답니다. 윗선에서. 아, 그리고 아파트는 고르시는 걸 바로 사주신다네요? 뭐, 그래도 일도 많고, 너무 힘들고, 싫으시면, 제가 대신….
이준은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대답했다.
이준 : 뭐, 그 정도면 협회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급한 문제 같으니까, 제가 빠르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이준은, 비행기 폭파 사고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명단을 받은 거였다.
비행기 사고 생존자 집에 방문하면서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기초 서류를 조사해 보았다. 생존자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먼저 어린 시절 그 수도원의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것이고, 또한 사고 직후 사람이 갑자기 변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설명을 들을 가족도 아무도 없었고, 전에 없이 외출이 잦아졌지만, 어디로 외출하는지 가족들에게 말해주지도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종자들이 다시 갑자기 사라지곤 했는데,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분홍색 피가 있었던 것이다
‘이건 분명, 201호 여자가 죽은 자리에서 발견되었던, 그 피야.’
조사를 하던 중에, 이준은 새로운 생존자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영이네 엄마였다. 특이하게도 아주 멀쩡한 상태로 산타 세데스 수도원 부근에서 발견되었다.
‘비행기 사고 지점도 아닌, 산타 세데스에서 실종자가 발견되었다고?’
이준은 그날 협회에 요청하여, 가영이네 집 주소를 받았다.
‘얘들은 대체 어떻게 주소를 아는 거야? 경찰도 아닌데?’
하여튼 이준은 가영이네 집으로 가보았다. 생존자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먼저 가족을 먼저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었다.
‘아직 경찰이 조사 중이라고 했어. 빨리 가면 될 거야. 엄마 소식을 알고 있다고 하면 문을 열어 주겠지.’
하지만 가영이가 사는 빌라에 들어서기 전, 이준은 자신이 한발 늦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직 멀리서 빌라 건물을 보며 걷고 있을 때, 수도승 복장을 한 사람이 빠르게 빌라 건물 밖으로 뛰어 나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우리 협회원 옷하고 똑같이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