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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REAL Life Oct 14. 2020

행복이라는 이름의 신기루

Feat.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를 때가 있잖아요





#1.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라는 생각에 몸을 맡긴다.

이번만 지나가면 좀 나아지겠지 라며

있는 힘을 쥐어 짜낸다.


바로 저기 앞에 행복이 보이는 듯하다.


저것만 가지면 이제 삶이 안정적일 것 같기에

마지막 남은 삶의 진액을 짜내 그 곳에 다다르지만


막상 보이는 건 그저 다음 퀘스트 뿐이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신기루는 그렇게

삶의 7부 능선 구석 구석에 심겨 주변을 거니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익히 속아가면서도

그 오아시스를 찾고자 오늘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2.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은 어쩌면

한국인이 시달리고 있는 뿌리깊은 비교 의식과

꿈의 카오스 상태를 보여주는 듯 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언젠가부터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걸 넘어

이젠 남의 떡만 찾고 있다는 것.


즉, 남이 가진 돈, 지위, 학력, 명예를

자기도 가지고 있어야 그나마 ‘뒤쳐지지 않고

열심히 삶을 살아내고 있다’ 안도하는


대국민 불안감은

이젠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전염시키며

대한민국을 흔들어대고 있다.


‘좋은게 좋은 거지’ 라는 생각은 결국

그 꿈이 내 꿈인지, 내 꿈이 너와 뭐가 다른 지도

모르는 채 그저 성공만을 향해 마냥 달리고만 있는

삶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수저를 통해

인생이 정해진다는 수저론과 함께 헬조선이라는

명쾌하면서도 서글픈 현실인식으로


대한민국의 삶을 정의하고 있다.




#3.

“저 꿈이 내 꿈 같고 내 꿈이 저것 이었나봐” 의

행렬은 경주마같은 치열한 뜀박질을 예고했다.


혹은 불길이라도 뛰어들어 성공을 쟁취하겠다

자랑스럽게 말하는 불나방 같은 삶도 펼쳐졌다.


하지만 신기루를 닮은 성공은 손에 잡힐 듯

할 때마다 더 멀어지며 그 삶의 자세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반나절을 뛰어다녀도 다시 시작점으로

되돌아오는 미로처럼 말이다.


인터뷰 내내 상큼한 비타민 같은 에너지를 주셨던

6시 내고향 고다혜 리포터 역시,

자신도 젊은 시절 미로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 역시 자기에 대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이러다 뒤쳐지는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으로 사회에서 정해 놓은 틀만 쫓아

살게 되었다는 그녀는


이상하게도 행복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4.

그렇게 하나둘씩 선명한 실패와 매너리즘의 쓰라림을 겪으며

“인생 정답”이라 불리는 것이 결코 나에게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대학, 대기업, 연봉이라는 기준조차 어쩌면

세상이 사람들을 현혹하게 만드는

‘행복의 신기루’ 구나를 깨닫게 된 그녀.


그제야 의무감으로 획일적인 성공을 추구하던

신기루 같던 자신의 경주를 내려놓고는

이제라도 정말 내가 원하는 행복을 따라 살겠다고 다짐한 그녀는


늦깍이 였지만 당당히

KBS리포터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곤 최근에는 트로트 앨범까지 출시하며

“내가 정말 원하는 행복의 삶을 노래하고 싶다”는

포부까지 전해 준 고다혜 리포터.



#5.

청년시절, 이집트의 사막을 걸어본 적 있다.

모래와 태양 밖에 없는 열기에

낙타마저 한 줄로 서서 낙오되지 않으려

조심 조심 행렬을 맞췄던 기억.


지도없이 가는 사막의 절박함은

베테랑 여행자일 지라도 신기루에 시달려

탈수증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정말 그럴 수 있겠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베테랑도 목숨을 거는 사막이니

처음 건너는 여행자들에게는 오죽이나 가혹할까?


코로나의 출현으로 열성적으로 달려야 살아남는

삶들이 강제적인 사회적 거리로 우겨넣어 지는 모습을 보며,


바로 내일도 모른채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우리네 모습이


사막길을 지도 없이 걷고 있는 여행자들의 모습과

참 비슷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물론, 피상적으로 라도 우리사회가

‘여유(?)라는 것을 갖게 된 건 참 다행이지만


무급휴직에 임금체불이라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남 일이 아닌 것 같은 불안감이

사회를 전염시키고 있는 것이 보인다.


게다가 스펙이라는 방어망을 쌓을 수 있는

시험장마저 문이 걸어 잠기더니

이젠 취업문 마저 깜깜 무소식이 되었다는 소식에


청년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6

많은 분들의 우려와 불안함 그리고

서러움을 마주한다.

어떻게 취업을 준비할지, 연말에 명퇴를 당하지 않을지...


참 짙은 불안의 뿌리를 둔 고민들.


게다가 처음 맞은 세계적 전염병 위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지침조차

알려 주지 않은 채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막막함 만이 쌓여만 가는 사막.

그 한가운데에 내팽겨쳐져 있는 시대를 우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우리가 성공이라고 맞춰놓았던

황금률을 이젠 바꿔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이미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성공이라 불리는 신기루가 사람들을

어떻게 현혹시키며 사회 구석구석을 흔들고 있는지를.



#7.

이제는 속도가 아닌 방향으로

우리 삶의 여정을 돌려야 하는게 아닐까?


나이와 빈부의 결을 떠나

늦었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기어코 시도하는 삶으로 말이다.


행복은 삶의 뙤약볕 속에 숨어 있다고 한다.

물론, 그 뙤약볕이 사막 한가운데라면

그 위험함은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성공이라는 것이 지금 눈 앞에 안 보인다고

다른 사람의 성공으로 내 삶을 채우기에는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삶이란 다른 사람이 준 답은 내 삶에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신기루에 빠져 목숨을 잃거나

다른 여정에 있는 행렬을 따라가

엉뚱한 도착지에 도착해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기에는 우리의 삶은 너무 귀하다.


코로나로 인해 지도도 없이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게 된 우리.

이젠 신기루에 현혹되기 보다는

내가 생의 가치를 느끼는 나만의 행복공식으로


이 지독한 모래밭을 걸어 나가는 건 어떻겠는가.



*데일리경제 칼럼 [윤한득의 안테나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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