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바로 물(Water)!
원데이 티클래스 수업을 위해 찻잎을 준비하고 티 우림 레시피도 만들었다. 좋은 찻잎이니 수업시간에도 당연히 그 정도의 맛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차를 마셨더니 '너는 누구냐'. 다행히도 준비한 차 모두 맛이 이상해서 그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청소년을 위한 장학기금 마련 티 봉사활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맛깔나게 차(茶)를 뽑아내고 싶었는데, 또 불량감자 같은 맛이 나온 것이다. 역시나 근처 마트에서 생수를 구입해 차를 우렸더니 내가 원하는 맛이 나왔다.
육우의 다경에는 "차를 달이는 데 사용하는 물은 산(山) 수가 상품이요. 강물은 중품이요, 우물의 물은 하품이다.(이하 생략)"처럼 물의 등급을 매기는 내용이 들어있다. 차 우림 물을 선택하는 것과 그 물을 끓이는 방법도 쓰여있다. 좋은 찻잎을 선택하는 것만큼 물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도 배웠던 내용인데, 머리로 배우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좋은 물에서 맛있는 차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녹차와 홍차를 우려내었을 때 녹차가 홍차에 비해 물에 따른 맛의 편차가 심해 당황스러웠다. 차(茶)가 이렇게 까다로웠나.
이런 일들을 몇 번 겪고 나니 좋은 점도 생겼다. 언제 우리 집 정수기 필터를 교환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 것. 홍차보다는 녹차를 우렸을 때 좀 더 빨리 알 수 있었다.
어제저녁에도 엄마와 함께 작은 티타임을 가졌다. 메뉴는 내가 직접 블랜딩한 녹차. 그런데 한입 마시자마자 엄마는 정수기 필터를 바꿔야겠다고 말하신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