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역꾸역의 마음으로 고쳐쓰기 워크숍 1강 후기
2022년이 되고 또 한 번의 에세이 강의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들은 이다혜 작가님의 에세이 강의를 다시 한 번 신청했다. 이번에는 꾸역꾸역의 마음으로 고쳐쓰기라는 강의다. 작가님의 강의는 내용도 좋지만 나는 특히 과제를 읽고 일일이 보내주시는 피드백을 무척 좋아한다.
이번에 작가님께서는 “분주한 일정 중에 글쓰기가 즐거움으로 다가오기를 바란다”라는 말씀을 적어주셨다. 한 해 초부터 반짝이는 말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이 강의에는 과제가 대단히 많다. 그 중 첫 번째 과제는 ‘나라는 스무고개’, 자기 자신에 대한 tmi를 공개하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과제 제출 당일에야 부랴부랴 했지만 그래도 제법 흠뻑 빠져서 했다. 총 스무 가지 질문 중 몇 가지를 추려 공개해 본다.
과제 1. 나라는 스무고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1. 지금 기분이 어떤가? 상당히 초조하지만 즐겁기도 하고 그렇다. 초조한 이유는 오늘이 마감인 과제를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즐거운 이유는 어서 과제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 과제를 하고 싶었으면서 과제 제출일에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줄곧 마감에 쫓겼기 때문이다. 원래는 12월 27일이 마감이었다. 하지만 수정을 하면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 1주일을 연기했다. 1월 3일 원고를 넘긴 후에 수정 요청이 들어와 어제 2시까지 일에 쫓겨야 했다.
3. 무슨 일을 하기에 이렇게 일정이 정신없는지? 번역 일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리랜서들과 마찬가지로 프리랜서 번역가도 거의 마감과의 전쟁 혹은 사투를 하며 살아간다.
4. 마감과의 사투라고? 그런 생활에 만족하는가?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최근처럼 일에 쫓길 때는 ‘이게 사는 건가’ 라는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12. 프리랜서는 대부분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가? 10년 넘게 모닝페이지를 썼다니 좀 특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원래 규칙적인 사람인가? 아침형 인간인가? 원래도 밤에 늦게까지 깨어있는 건 잘 못했던 것 같다. 번역 일을 하면서 아침형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새벽 늦게까지 일이 잘 안 되고 한숨 자고 나서 하면 훨씬 더 일이 잘 되곤 했다. 원래 규칙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규칙, 루틴을 세우고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13. 어떤 노력인가? 독립서점 오키로북스에서 만든 습관노트라는 것을 재작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1달을 기준으로 1권의 습관노트를 채우는 것인데 지금 15권째 접어들었다. 내가 만들고 좋은 습관을 기록하고 측정하는? 일을 하는 노트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키로북스에서는 습관노트를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이라는 책의 내용에 착안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14. 만들고 싶은 좋은 습관의 예를 든다면? 꾸준히 운동하는 것? 올해도 체형 교정 관련해서 필라테스나 헬스 등을 다시 배울까 한다. 혼자 할 수 있는 운동루틴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16. 2022년이 되었는데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아까 만들고 싶은 습관과 관련해서 이야기하자면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업로드 하는 것이 올해 나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글은 계속 쓰고는 있는데 공유하는 걸 잘 못한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sns에 글을 공유하는 습관을 강화하고 싶다.
17. 프리랜서라 일정이 불규칙적이라고 하는데 꾸준히 글을 쓰기 힘들지 않은가? 꼭 프리랜서라서가 아니라 직장인이어도 주부여도 혼자 꾸준히 글을 쓰는 일은 힘든 것 같다. 그래서 글쓰기 모임 같은 데 참여하고 에세이 수업 등을 듣는다. 올해도 이다혜 작가님의 <꾸역꾸역의 마음으로 고쳐 쓰기> 라는 에세이 워크숍을 신청했다. 혼자서 하기 힘든 일은 그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으로 가라는 말을 책에서 읽었다. 그렇게 하고 있다.
18. 꼭 그 워크숍을 신청한 이유가 있는지? 이다혜 작가님의 글쓰기 강의는 명동 cgv에서 할때부터 듣고 싶었는데 몇 번 놓쳤다. 프리랜서이시고 꾸준히 글을 쓰시고..... 저서들도 좋아하지만 인스타에 올리는 피드나 스토리도 상당히 재미있고 도움이 많이 된다. 그래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작년 초에 온라인 에세이 강의를 한다고 했는데 재빨리 신청했다. 힘들었지만 무척 뿌듯한 경험이었고, 새해 초부터 그런 경험을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에도 신청하게 되었다.
19.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과제가 많았고 시간에 계속 쫓기면서 했었다. 그땐 또 글쓰기 리추얼이라고 해서 인스타 라방? 에 모여서 글을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찍 잠들기 때문에 밤 10시 리추얼을 끝까지 들은 건 1번뿐이었다. 더 콰이엇이 쇼 미더 머니를 보고 ‘힙합 생체실험’ 이라고 했는데 당시 에세이 튜토리얼은 ‘에세이 생체실험’ 같은 느낌이었다.
20. 번역가인데 글쓰기를 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의 글을 옮기는 사람인데 차츰차츰 내 글을 쓰는 사람으로 건너가고 싶다. 물론 번역 일도 좋아하고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오래 하고 싶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매직이라는 책을 보면 직장에 가기 전에 스케이트를 타는 수전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수전은 여전히 일주일에 며칠 아침은 피겨 스케이트를 타다가 출근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녀의 인생에서 다른 방법으로 가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과 초월의 지점을 이끌어 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내게는 글쓰기가 이런 의미인 것 같다.
마지막 문답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수전이 스케이트를 타러 가듯 나도 글쓰기를 배우고 글을 쓴다. 나의 “인생에서 다른 방법으로 가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과 초월의 지점을 이끌어 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스케이트를 타러 가는 수전의 일상을 두고 “바로 이것이 내가 창조적인 삶이라 부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창조적인 삶이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진심으로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이어가려는 노력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