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책들 3. 바이올렛 할머니의 행복한 백년
2007년의 세 번째 책은 <바이올렛 할머니의 행복한 백년>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서 도서관과 온라인 서점 사이트를 돌아다녔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간신히 중고로 구입했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어떤 노후를 맞고 싶은가,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앞으로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는 어려워 책 속에서 접한 할머니 중에 닮고 싶은 할머니를 찾아보았다. 첫 번째로 생각난 인물이 바로 바이올렛 할머니였다. 바이올렛 할머니는 어떤 사람일까? 책 속 구절을 통해 만나보기로 한다.
“100살이 된 기분은 어때요?”
그러자 바이올렛은 특유의 사람 좋은 얼굴로 나와 아내의 손을 다정하게 잡으며 대답했다.
“평소와 같아. 100살이 됐다고 특별한 건 없어.”
“저 사진 속에 보이는 어머니 무릎 위에 앉아있을 때랑 똑같단 말씀이세요?”
“맞아, 예전 꼭 그대로야. 비록 겉모습은 할머니가 됐지만.”
“그런 마음 때문에 건강하신가 봐요.”
“그래, 그런 것 같군. 시간이 지나면 외모는 변해. 누구나 육체적인 고통 정도는 겪게 마련이야.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내면만은 변치 않지.”
누구든 그럴 것이다. 오래전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전에 내 모습이 이랬구나! 지금보다 더 젊고 나아 보이는데. 저 사진 속에서 날 쳐다보는 저 밝고 건강한 아이와 내가 과연 같은 인물일까? 하지만 난 여전히 나야’라고 생각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안에는 힘든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아 질병이나 장애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은 정체성이 있는데, 바이올렛은 그 알맹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책의 소개 문구를 찾아보니 “성공한 70대 심리학자가 어머니의 절친한 친구인 바이올렛 할머니에게서 발견한 100살까지 행복하게 사는 법을 소개한다”라고 나와 있다. (아니, 책을 쓴 사람이 70대였다고? 검색하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책을 처음 읽고 막연히 바이올렛 할머니가 부럽다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행복하게 100년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러웠던 듯하다. 힘들 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바이올렛 할머니는 아주 운이 좋아서 순탄한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100년 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바이올렛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
“글로리아가 소아마비에 걸린 일이 내겐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었네. 괜찮다 싶더니만 병이 다시 도진 거야. 그래서 그 애는 더 낙심하고 있어. 하지만 그건 힘겨운 현실만 들여다본 것일 뿐이야. 사실 글로리아에겐 온전한 삶이 있네. 두 딸을 훌륭히 키웠고, 비록 12년 전 바로 이 집에서 심장발작을 일으켜 사별했지만 그 애를 끔찍이 아꼈던 남편도 있었네. 게다가 오빠 프랭크 3세와 동생 조를 비롯해 그애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아. 걘 정말 복이 많지.”
정말 그렇구나! 나는 새삼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잠시 멍해졌다. 글로리아처럼 내게도 형이 있고 아내가 있었다. 나도 행복할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었다.
------소아마비에 걸리고, 재발하고 한다고 해서 온전한 삶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힘든 세월을 겪으면서도 내 안의 알맹이를 고스란히 지킬 수 있듯이. 그 사람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면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인 것이다. 이처럼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보다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다.” 바이올렛 할머니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건 정말 나쁜 일이야. 이런 일을 겪게 되어 속상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끝장난 거 아냐. 어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해도 어쨌거나 이 일은 지나갈 거고, 나는 여기 계속 남아 있을 거야.”
나는 지금껏 바이올렛처럼 겁먹지 않고 의연하게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바이올렛은 누구에게나 나쁜 일은 닥칠 수 있다고 인정하는 데서 모든 것을 시작한다. 그러기에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쉽게 좌절하거나, 인생이 완전히 끝장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이올렛 할머니처럼 내면이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변치 않은 나의 정체성, 알맹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다. 나쁜 일이 닥칠 수 있다고 인정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는지 살펴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미 인용구가 넘치는 것 같지만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이야기를 더 나눠본다.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네. ‘걱정과 근심의 새들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것은 당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지만, 그 새들이 머리 위에 둥지를 틀지 못하게는 할 수 있다’. 그래, 이 순간에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고, 해도 소용없는 걱정은 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있지.”
------책에서 읽은 문장을 정리한다고 당장 그 문장대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일까? 중요하고 귀한 일(aka 원하는 대로의 내 모습을 만들어가는 일)일수록 변화의 과정은 아주 서서히 아주 조금씩 이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아주 조금의 변화를 쌓아가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