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책들 3. 내 서른 살은 어디로 갔나.
14년 전. 15년 전에 쓴 필사록을 되돌아보니 어떤 책은 여전히 내 마음을 울리고, 또 어떤 책은 다시 읽으면 더 많이 보이고 더 깊게 와 닿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책은 공감이 잘 안 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았을까?’라고 새삼 궁금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올린 <목적이 이끄는 삶> 이 그랬다. 당시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사뭇 달랐다. 약점투성이로만 느껴져서 괴로웠던 시절, 나의 약점에도 의미가 있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를 달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서른이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것 같은 지금, 이 책은 제목부터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서른 살은 어디로 갔냐고? 글쎄, 어디로 갔을까? 어떤 부분은 내 안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부분이 남아있으면 좋을까? 지금으로서는 버틸 수 없다고, 버티기 너무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버텨내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싶다.
어쨌거나 <내 서른 살은 어디로 갔나>에서 되새기고 싶은 구절을 올려본다.
사람은 아주 늙을 때까지 배우고 늘 새로운 것을 겪는다는 것, 육체의 나이가 어떻든 서른 살 때처럼 정신은 가장 빛나며 열정의 최전선에서 살아낼 것,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며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며 성장할 것, 꾸준히 영혼의 재테크를 하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 것, 오늘도 이렇게 다짐해 본다.
--------서른 살에 내 정신이 가장 빛났을까? 나는 그때 내가 참 못나고 모자라다고 느꼈다. 서른을 맞을 즈음 나의 유일한 위안은 앞으로 점점 더 내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실제로 그랬다. 앞으로도 삶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그 기대에 부합하는 노력으로 나의 일상을 채우고 싶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 체 게바라의 말대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가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 체 게바라의 이 말을 편지에 적어 보냈던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
“스스로를 행운아로 생각하자. 사실 인생에서 우리가 소유하는 모든 것은 다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다. 가구, 집, 의복, 정원, 우리 몸까지, 어떻게 생각하면 모든 선물이다. 이런 사실을 매일 기억한다면 감사의 마음이 들기 시작하리라” 웨인 다이어의 말을 곱씹어 본다. 그 무엇 하나 혼자 이루어진 것은 없다는 얘기다. 살면서 천 번을 넘어져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이 있어 천 번 다시 일어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련다. 더불어 맞는 봄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다.
---- 감사 일기를 적어보겠다고 다짐만 하는 요즘(실제로 한 두 번 적기는 했다), 감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가장 감사할 일은 아무래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마음일 것이다.
천 번까지 넘어지고 싶지는 않지만 흔들리고 비틀비틀할 때도 날 잡아주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게 해주는 사람들. 살아가면서 나도 주변 사람들을 잡아주고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품어본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관련해 최근 유난히 와 닿았던 두 개의 영상을 공유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oPviuTonyso
“오십은 그렇게 갑자기 진짜로 와”. <나의 해방일지> 중에서. 해방일지에서 나는 특히 이엘의 이야기가 좋았다. 대체로 메인보다 서브의 이야기에 더 끌리는 편.
https://www.youtube.com/watch?v=67AcLx2QVgc&t=72s
서울 체크인 파일럿 편에서 이효리와 엄정화의 대화.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 라는 이효리의 질문에 엄정화는 “몰라. 그냥 술 마셨어.” 라고 답한다. 이효리가 덧붙인 말도 좋았다. “늙으니까 이런 건 좋네. 이해심 생기는 거.”
나이 듦은 누구나 감당하고, 버텨야 할 삶의 무게 같은 것은 아닐까 싶다. 늙어감의 무게만큼 두루 더 넓게 보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면서 살아가고 싶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도 느끼면서. 이렇게 2008년의 세 번째 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