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의 비결: 노트 편

2010년의 책들 1.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by 루빈

2010년의 책들 중 어떤 책을 다룰지 살펴보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당시의 책들은 대체로 두 가지 운명을 겪고 있었다. 절판 혹은 재판(개정판이 나옴). 사라지거나 업데이트가 된 셈인가?... 일단 오늘 올릴 책을 소개한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2966467


이 책은 절판이 되었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노트 쓰기로 탁월함에 이를 수 있을까? 노트 쓰기로만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제법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도움이 되는 내용를 1. 노트쓰기 편 2, 기타 편으로 나누어 올려보겠다. 오늘은 1번 노트쓰기편

1)뉴턴의 세 가지 노트

질문들이란 노트에서 뉴턴은 끊임없는 질문 던지기를 하며, 기계론적 물리의 영역을 면밀하게 더듬었다. 질문들의 내용은 대부분 2차적인 것으로 뉴턴이 읽은 책에서 메모한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들에는 그가 평생 과학에서 연구하고자 했던 문제들과 그 문제들을 해결한 방법이 상당히 드러나 있다. 그 방법은 단순한 소제목의 나열이 아니라 뉴턴의 실험적 질문 과정에서 활발히 제기한 질문들을 암시한다. 즉 그 질문은 뉴턴이 읽은 책의 저자에게 던진 질문으로 뉴턴이 단순히 지식을 수동적으로 수용한 것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례로 뉴턴은 데카르트의 빛에 관한 이론에 대하여 수많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1864년에서 65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뉴턴은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끝에 문제들이란 노트를 만들어 목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그룹은 대부분 해석기하학의 문제였다. 그는 이것을 통해 역학의 기초가 되는 절대시간에 대한 개념을 잉태한다.

두 번째는 역학에 대한 것이었다. 이는 그의 오래된 노트 <질문들Queries>에 나오는 주제다. <질문들> 에 나오는 ‘격렬한 운동에 대하여’라는 글이 그와 역학의 첫 만남이다.

세번째는 그의 잡기장이다. 이 잡기장에 나오는 역학과 관련한 노트는 충돌의 의미로 사용한 ‘반동에 관하여’ 로서 이곳에는 <질문들>보다 훨씬 더 확신에 찬 어조로 글을 썼다. 더 이상 의문에 가득 찬 학생의 자세가 아닌 성숙한 연구자로서 그 이전의 답을 대신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질문들의 핵심은 ‘평생 과학에서 연구하고자 했던 문제들과 그 문제들을 해결한 방법’으로 보인다. 이렇게 말해서는 과연 어떤 질문들인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데 한 가지 명확한 단서가 있다. ‘뉴턴이 읽은 책의 저자에게 던진 질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가 인스타 스토리에 첫 번째 질문을 올려보기도 했다. 따라해 볼 수 있는 것은 따라해 본다. (하지만 한 두 개 올리고 그만두었다는.....)


뉴턴의 잡기장이라는 노트는 참...... 잡기장에 ‘반동에 관하여’ 라는 대목이 있단 말이야? 나는 전혀 모르겠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잡기가 될 수 있다니 정말 세상은 넓고 탁월한 사람은 많고도 많은 듯 하다...........

2)히비키 교수의 주제어 노트

어떠한 주제가 떠오르면 우선 노트를 한 권 사라. 그리고 그 노트에 그 주제에 대한 모든 것을 천천히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를 읽다가 관련 자료들이 보이면 스크랩도 하고, 남의 주장을 비판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노트 한 권에 하나의 주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창조성을 끄집어내는 알라딘의 요술램프로서 손색이 없다. 이러한 방법은 퍼듀 대학의 히비키 교수가 즐겨 쓰는 방법이다. 그는 항상 3공 스프링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한 권의 노트를 사용한다. 그곳에 그는 온갖 시시콜콜한 계산과 생각을 적는다. 생각이 정리되면 항상 그는 워드프로세서로 타이핑하여 노트에 붙인다. 그러고 나면 스프링 노트는 어느새 배불뚝이가 된다. 두툼한 배불뚝이 스프링 노트는 마치 생각이 자라는 것처럼 점점 두꺼워지고, 어느날 생각을 주장하는 한 편의 논문으로 탄생한다.


------10년도 더 전에 쓰인 책이다 보니 세월의 변화가 새삼 느껴진다. 노트를 사는 것은 그렇다치고 요새 종이 신문이나 잡지로 스크랩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3공 스프링 노트라는 말도 고색창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 유익하다. 하나의 주제에 하나의 노트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요새는 디지털 기록으로도 대체할 수 있을 듯하다. 하다못해 핸드폰 메모장에라도. 주제어보다 좀 더 심화된? 혹은 그 결이 다른 노트를 선보인 두 탁월한 천재분들의 노트법도 흥미롭다.


3)페르미의 인덱스(색인) 노트

에밀레오 세그레의 회상에 의하면, 인덱스 노트의 발상지는 페르미가 즐겨 부른 인공 메모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기억이 감퇴될 것을 보완하기 위해 인공 메모리를 만들었다. 그는 이 메모리를 오래도록 보관했다. 매우 중요한 연구논문들, 문헌에서 찾은 수치들, 바인더 노트에 명확하게 계산하여 쓴 자신만의 육필 논문 원고들을 모았다. 이들은 모두 번호가 매겨지고 상호 참조를 하도록 만든 다음 캐비닛에 저장했다. 그리고 그가 들고 다니는 노트에 색인화되었던 것이다. 그가 어떤 주제에 대하여 말할 필요가 생기면 그는 자신의 색인 노트를 뒤적인 다음 몇 분이 안 돼 자신이 갈무리한 중요한 지식을 술술 꺼내는 것이다. <엔리코 페르미, 물리하다>- 에밀리오 세그레


-----이제는 메모를 바인더 노트에 모으고 캐비닛에 저장한 다음 직접 색인 노트를 만들 필요가 없게 되었을지 모른다. 디지털 메모와 아카이빙으로 인공메모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나는 디지털 노트와는 친하지 않다. 구글 문서와 노션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구글 문서는 주로 모임에서나 다른 사람과 함께 기록할 때 사용하고, 노션은 한동안 정리하다 지금은 거의 놓은 상태다. 디지털 기록은 먼저 손으로 노트를 쓴 다음 정리하는 용도, 주로 아카이빙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로 하는 기록의 비중은 좀 더 높이고 싶지만 아날로그 기록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아직은 손으로 쓰는 게 좋고, 컴이나 패드 앞에서는 일한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기록이 어떻게 변할지는 잘 모르겠다.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는 경향에 좀 더 익숙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마지막 노트 천재?를 만나본다.

4)헤겔의 자기만의 사전

헤겔은 종이를 한 장 준비했다. 그리고 종이의 맨 위에는 일반적인 개념의 주제를 크게 썼다. 그리고 그 밑에 깨알같이 관련된 개별적인 세부 내용을 적었다. 한 페이지 한 개념의 방식으로 그는 개념들을 스스로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는 그 종이의 윗부분 중앙에 매우 큰 글씨로 주제어를 썼다. 이렇게 하고 나서는 그 종이들을 키워드와 알파벳 순으로 정리했다. 이러한 간결한 정리 덕분에 그는 자신이 필요한 내용을 언제든지 찾아내서 이용할 수 있었다. 이사를 할 때도 헤겔은 자신의 교양이 터전이 되는 이 자료를 항상 보존하였다. 헤겔, G 비더만 옮김


사실 나도 이 방법을 살짝 따라한 적이 있다. 필사록을 나만의 키워드로 정리하는 색인록을 만들어 본 것. 하지만 이 역시 몇 개 시도하다 중단되었을 뿐, 헤겔처럼 키워드와 알파벳 순으로 정리...... 그처럼 간결하고 명확한 정리는 엄두도 못 내겠다.


헤겔, 페르미, 히비키, 뉴턴은 역사에 남을(실은 히비키는 잘 모르지만) 천재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내가 그 근처의 근처도 가지 못했다는 사실에 좌절하지 말기 바라는 마음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는 나만의 기록이 있고 그 기록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독서목록과 필사록 정리를 해 둔 덕분에 오래 전의 책을 다시 되짚으며 또 한편의 얼기설기한 글을 썼다. 오늘은 이 사실에 만족하고 싶다. 다음 글에서도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을 좀 더 살펴보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결코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