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원래 그런 건가 보다.

2010년의 책들 4. 퍼킹 베를린

by 루빈

오늘 이야기할 책은 <퍼킹 베를린>이라는 책이다. 제목도 강렬하지만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교보문고에 실린 책 소개의 일부를 가져와 본다.


소니아가 매춘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스무 살까지 매춘과 내 인생의 접점은 제로”였다고 말하는 그녀이지만 한번 시작된 매춘 생활은 5년이란 시간 동안 지속됐고, 매춘 생활에 회의를 느낄 새도 없이 주머니 속엔 몇백 유로의 돈이 쌓였고 또 금방 사라졌다.

극심한 가난 앞에서 여성이 비교적 쉽게 경제적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매춘밖에 없다고 그녀는 담담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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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라우케는 언제나 친절했고 자주 핀의 안부를 묻곤 했으나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또 다른 삶에 대해 말하지는 않았다. 비록 내가 팀원들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는 해도 다른 사람들은 예상치도 못하는 깊은 웅덩이가 나와 평범한 사무실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평범하게 대학 공부를 했고 학교에 다니면서 웨이터나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부분은 결혼을 한 상태였고 아이들이 있었다. 가끔씩 내가 그들 중 한명이었으면, 사창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고 주말에는 사창가가 아니라 가족들과 뤼겐으로 가는 그런 평범한 한 명이길 바랐다. 하지만 남자 동료들 가운데는 사창가에 가본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내가 항상 꿈꿔왔고 여전히 가끔씩 꿈꾸는 그런 온전한 세상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확신을 주었다.

“그러니까 내 충고를 들어. 아직 젊을 때 너희에게 안정을 주는 든든한 남자를 찾아. 절대로 눈만 믿지 말고 미련한 마음만 따라가지도 마. 멋진 남자들도 언젠가는 늙는 거고 또 그들에게 젊은 아가씨들이 꼬일 수 있는 한 언제라도 너희를 떠날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되면 혼자 남는 거야."

미리암의 이야기는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돈 때문에만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은 나한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매일 밤마다 안으로나 겉으로나 전혀 끌리지 않는 사람 옆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창가에서 5년을 보내고도 여전히 진정한 사랑을 믿다니, 내가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름날 캘리포니아 앞에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단단한 팔 위에 햇살을 받으면 서 있던 밀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타협은 삶을 편안하게 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런 그리움도 없는 존재 자체가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2. 두 정거장이 지나자 신문을 파는 노숙자 한 명이 타고는 내 코앞에서 신문 하나를 보란 듯이 흔들어댔다.

“새해에는 행복할 거에요!”

그는 승객들의 관심을 사기 위해 덕담을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왠지 행복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졌으며 그 울음은 나를 완전히 사로잡고 뒤흔들어 놓았다.

“남자 때문에 우는 것은 가치 없는 일이에요.”

신문을 파는 사람이 내게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절대로 남자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붙잡을 수도 없이 그냥 지나쳐버렸고 추억밖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시간들이 안타까웠을 뿐이다. 나는 스물다섯 살이었고 이는 한 세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데 지금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게 무엇이었던가? 깨진 부부관계, 5년 동안의 창녀 생활, 희망 없는 사랑, 그리고 또? 그나마 다행히 거의 끝나가는 대학 공부와 예쁜 아기도 있었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인생은 아름답고 쓰라린 것이며 앞으로 무엇이 또 다가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눈을 감았고 종점에 도착할 때까지 잠을 잤다.


소니아와 나의 상황은 무척(어쩌면 전혀) 다르다. 솔직히 프라우케와 미리암, 밀란 등이 누군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두 줄 만큼은 지금의 내 마음과 똑같지 않은가. 다시 적어본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인생은 아름답고 쓰라린 것이며 앞으로 무엇이 또 다가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번 책에서는 내 생각을 별로 쓰지 못했다. 하지만 (비교적 숨겨진) 좋은 책의 의미심장한 구절을 나눈다는 의미로 올려본다. 한 번씩 인생이 퍼킹하더라도 우리는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앞으로 좀 더 나은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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