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기록보다 실행
3월의 내게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이 변화는 어느새 석 달 차인 기록모임에 힘입은 것이다. 모임에서는 기록을 부지런히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빠른 실행과 추진력이 돋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 분이 어느 소리(로 남기는) 기록에서 연극을 배우고 싶다고 하더니 며칠 후 덜컥 직장인 연극 모임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마침 내게 해볼까 말까 하고 있던 일이 있었다. 기록모임의 또 다른 분이 직장인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 합창단이라고? 초등학교 때, 대학원 때도 썩 즐겁게 했던 취미활동이었다. 그래서 연극 모임을 시작한 분과 합창단을 하고 있는 분의 기운을 타고 나도 지역 합창단을 검색해 보고 오디션을 보기에 이른다.
오디션을 볼 때의 아찔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온몸이 덜덜 떨리던 적은 처음이었거나, 아주 오랜만이었다. 낯선 아찔함을 겪은 다음 날은 바로 일본으로 갔다. 그 여행에서 부모님과 교토 료칸 및 가이세키를 체험했다. 료칸은 오래된 일본식 여관이고, 가이세키는 일본 정통 코스 요리쯤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일본 여행을 하는 중에 합창단 알토 파트장님의 연락을 받았다. 이로써 일본에서 돌아온 후부터 1주일에 한 번 합창단 연습에 참여하게 된다. 수요일마다 단국대학교 근처에 있는 죽전 야외음악당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긴장되고 떨려서 음악당 맞은편의 스타벅스에서 내가 좋아하는 기록을 하며 기운을 충전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덜컥 들어간 합창단은 내 일상에 활기와 번뇌(?)를 가져다주었다. 가서 노래만 부르면 되는 줄 알았던 나는 어찌나 해맑았던가. 라틴어로 된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을 외워야 하는가 하면, 공연과 이벤트도 꽤 많았다.
일본 여행과 합창단이라는 낯선 일이 있었기 때문에 3월의 사진은 자못 다채로웠다. 하지만 이 다채로움은 고작 며칠뿐이었고, 그 밖의 매일은 일상 사진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2월에 시작한 작업 기록을 몇 번 더 시도했고(하지만 별로 재미가 없었음), 매일경제신문이나 원서 읽기, 필라테스와 외근 사진, 4권째를 맞는 실행노트 사진도 찍었다.
두어 번 책 사진을 인증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날마다 사진 인증을 하기 부담스러웠는데 6개월이 지나고 보니 부담 속에서 애쓰는 나의 모습이 제법 재밌어 보인다.
경험은 현재 시제로서도 하고, 과거 시제로서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의 자리에서 와 닿는 것도 있지만. 되돌아봤을 때 느끼는 의미와 재미 같은 것이 있다.
되돌아보았을 때 무엇이 보이고 어떻게 느낄지 지금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좌충우돌과 시행착오투성이더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단 부딪혀 보는 것이 남는 게 많다는 건 안다.
부딪혀서 깨지고 쓰러지고 으깨지고(?)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만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어디 가서 뭘 하는지 몰라도, 모르는 채로 활동을 이어가면서 어리둥절해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합창단 도전에 뿌듯해하던 3월이 가고, 탄생월이자 유독 슬럼프가 잦았던 4월이 오고 있다. 4월의 나는 좀 더 많은 실행을 했을까?
료칸에서 지낸 며칠의 여행
사케세트도 마셔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