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고기와 생선 사이 # 2
공지천 조각 공원과 의암공원을 지나오며 걸었다. 가던 길 중간에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남편은 오랜만에 운동을 좀 해야겠다며 신이 나서 턱걸이를 했다. 막간 운동을 끝내고 우리는 또다시 걸었다. 15분 쯤 걸었을까, 우리는 가려고 했던 카페 앞에 도착했다.
“어...? 잠깐만...” 그는 사색이 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 반지 어디갔지...? 아까 턱걸이 할 때 분명 주머니 안에 넣어놨는데...”
아무리 바지를 뒤져봐도 없었다. 다시 돌아가서 운동기구 주변을 찾아보고 올테니 나는 카페에 들어가 있으라고 그가 말했다.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마음이 무거울텐데 혼자 가서 찾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가 속상했고, 두 사람이 함께 찾으면 눈이 네 개이니 더욱 잘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도 있었다.
열심히 왔던 길을 다시 또 열심히 돌아갔다. 그는 얼른 운동기구 쪽으로 가서 찾아보겠다며 뛰어갔고 나는 천천히 우리가 왔던 길을 되짚으며 바닥만 쳐다보고 걸었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 반지는 아무래도 괜찮으니 그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너무 속상해하지 않게 해주세요.
걷는 내내 바닥은 얄미울만큼 깨끗했다. 어느새 운동기구 근처에 다다랐고 멀리서 봐도 그의 새파란 티셔츠는 착잡해보였다. 반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가 반지를 잃어버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애할 때에 1주년 기념으로 맞춘 반지를 그는 3개월 만에 잃어버렸다. 그때도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중에 빼놓았다가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울먹이며 전화를 했었고, 나는 정말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었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그때에나 지금이나, 별 것도 아닌 걸로 그가 너무 속상해하지 않기를, 나에게 너무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랐다. 겨우 물건에 불과한 것으로 마음 다치지 말자고 했다. 괜히 우리가 물건으로 족쇄를 만들어 속상할 일을 자초했구나, 했다. 주워 간 누군가가 있다면 팔아서 소고기 한 번 맛있게 사드실 거고, 그러면 그 반지는 역할을 다 한 거 아니냐고 했다. 여행을 다니며 우리가 가장 사랑하게 되는 도시에서 그곳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런 반지로 다시 맞추자, 했다.
마음을 가볍게 비우고, 이미 한 번 왕복한 그 길을 다시 걸었다. 웃음과 따뜻함이 넘치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걸어와서는 아까 들어가려다 못 들어간 카페에 들어갔다.
나만 반지를 끼고 있으면 좀 그럴 것 같아서 나도 뺐다. 그리고는 하고 있던 십자가 목걸이를 풀어 그 줄에 반지를 걸었다. 그랬더니 예상치도 못했던 너무 예쁜 목걸이가 탄생했다. 원래 있던 십자가와, 그걸 알맞게 감싸고 있는 로즈골드와 은색 배합의 반지가 정말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었고, 나는 마치 새 목걸이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18.04.
대한민국 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