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서 자기 싫어 / 통영

(1) 물고기와 생선 사이 # 3

by 시소유

딱 세 시간 만에 통영에 도착했다. 통영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숙소가 있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오면서 멀미가 좀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 남편은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머지 않아 주인이 큰 길가로 나와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그는 아래 위로 검정색 등산복을 입고 콧수염과 턱수염, 머리카락, 어느것 하나 정돈되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이분을 따라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입구는 너저분했고 방은 오래되고 더러워 보였다. 방 두 개를 보여주며 둘 중에 고르라고 했는데, 사실 그 둘 중 어느 곳도 고르고 싶지 않았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주인은 ‘설명을 해주겠다’며 잠깐 같이 와보시라 했다. 숙소 이용에 관한 내용을 설명해주려는 줄 알았다. 한 명만 와도 된다고 했는데 혼자 있고 싶지 않았고, 그를 혼자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따라 나갔더니 숙소 밖으로 나가서 주변의 식당들과 갈만한 관광 명소들을 설명해주신다. 친절하시구나, 생각했다. 열심히 혼자 말씀하시며매우 빠른 걸음으로 숙소에서 꽤나 떨어진 곳으로 계속 걸어나갔다. 숙소로부터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시는 말씀의 3할 정도는 아까 한 말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걷다가 코너도 돌고, 숙소에서 두 블럭 정도나 떨어진 곳까지 걸었다.


나는 빠른 속도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숙소 이용에 대한 설명인줄 알았기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나왔고, 간단한 짐을 꾸릴 시간조차 없었기에 나는 핸드폰도, 지갑도, 가방 안에 그대로 두고 나온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듣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얼른 들어가서 내 짐들을 보고 싶었다. 7분 정도 걸었을까, 주인은 멈추었다. 선 채로 몇 가지 말을 덧붙이더니 ‘그럼 여행 잘 하세요~’하고는 이 자리에 우리를 두고 숙소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아까와 같은 빠른 걸음으로, 혼자, 저쪽으로 가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짐을 풀러 잠깐 숙소에 들른 사람들에게 짐을 풀 시간도 주지 않고 그냥 데리고 나가 한참을 걷게 해서 불안에 떨게 하더니, 혼자 다른 방향으로 가버리는 것은 무엇인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얼른 방으로 돌아가서 짐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짐은 다 그대로 있었다.



불안함은 조금 진정이 되었다. 화를 가라앉히고 화장실을 쓰러 들어갔다. 변기를 보자마자 나는 다시 화가 치밀었다. 정말 너무 더러웠다. 휴지 걸이 위에는 언제 누가 두고 간 것인지 모를 아주 오래 된 귀걸이 두 개가 놓여있었고, 변기는 언제 마지막으로 닦았을까 의문스러운 몰골이었다. 주인이 이쪽에 짐을 둘 공간이 있다며 보여줬던 곳에는 먼지가 너무 자욱해서 배낭은 커녕 신발 신고도 밟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떻게 이곳에 가방들을 내려놓으라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곰팡이들과 녹이 슨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닌 걸로 느껴질 정도였다.



잠을 잔다는 것은 약 6-8시간 동안, 혹은 그보다도 오래,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있는 일이다. 그래서 밤을 묵는 곳은 반드시 안전함과 편안함이 느껴져야 한다. 그곳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 못 미덥다면 나의 짐과 우리의 안전이 걱정되어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잠들기 위해서는 믿는 수밖에 없다. 단 몇 시간, 아니 몇 분 전에 처음 본 호스트를 말이다. 2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낯선 곳에서 자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처음 보는 사람들을 믿어야 한다는 뜻인가. 무턱대고 사람을 믿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때가 많다고 배워왔지만 살다보면 충분한 근거 없이 낯선 사람을 믿고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 같다. 믿어야 할 근거로써 ‘충분’하다는 것은 어쩌면 존재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2018.04.

대한민국 통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