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고기와 생선 사이 # 4
숙소에서의 실망을 뒤로 하고 짐을 꾸려 도시 구경을 나왔다. 사실 오늘은 비진도를 가려고 했던 날이다. 그러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배편이 일찍 끊기는 바람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다도해의 매력은 작은 섬들이기에 한껏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그 덕분에 예정에 없던 통영 시내를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날이 많이 흐렸다. 흐린 날에는 모든 것들이 전부 한두 개씩의 색을 잃은 것 같다.
동피랑을 가기 위해서는 중앙시장을 지나가야 했다. 활어를 파는 이곳은 정말이지 살아있는 것들의 에너지가 넘쳤다. 십 초가 멀다 하고 물고기들이 목에 칼을 맞고 피를 튀기며 죽어나갔고, 그들은 죽어서도 그 활기를 멈추지 못해 기어코 몇 분을 더 퍼덕였다. 능숙한 칼놀림으로 물고기를 죽이는 상인들은 처절한 붉은 색이 울부짖는 그의 손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환한 웃음을 머금고는 손님들을 불러세웠다.
“이거 이 만큼에 오 만원에 해주께! 이 만원 부터 해주께, 식사하구 가, 언니!”
바구니 속에서 이따금씩 펄럭거리는 저들은 물고기와 생선의 사이, 그 어디쯤에 존재한다. 살아있으나,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이다.
우리는 어느 곳에 가나 높은 곳에 올라가 도시의 전경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정상에 올라가니 이 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지도 앱을 켜서 현재 위치를 보니 남해안의 구불구불한 해안선 중 우리가 현재 어느 구불 즈음에 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왠지 자꾸 집들에 눈이 간다. 각기 다르게 지어진 저 건물 들에 살고 있을 누군가를 그려본다. 저 건물들 사이사이 골목길을 걸었을 누군가를 상상해본다. 이곳에 서서 한참을 내려다보며 내가 저 집들을, 아니 저 집에 사는 사람들을 다 품어 안고 있는 착각을 한다. 눈과 마음에 가득, 저들의 기운을 담고 내려간다.
2018.04.
대한민국 통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