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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유 Aug 25. 2021

오늘만 할 수 있는 사랑

영원한 건 없으니까



배 위에 널 올려놓고 자는 것,

널 번쩍 안아 올릴 수 있는 것,

보송한 너의 엉덩이에 입을 맞출 수 있는 것,

너의 겨드랑이 밑에 마구 얼굴을 부벼댈 수 있는 것,


전부 시한부다.

(첫 번째 건 벌써 한참 전에 끝나버렸다.)



너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육체가 다하는 날이 와도 계속되겠지만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건 오직 지금 뿐이니까.

9개월, 73cm, 10키로의 너는 오직 지금 뿐이니까.


지금 할 수 있는 사랑, 지금 밖에 못하는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네가 내 품에서 사는 20년,

줄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지만 네가 더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기 전

가슴 속에 내게 사랑 받은 기억들만은 넘치도록 충만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서로에게 전했던 사랑의 언어들만큼은 평생 네 귀에 울려퍼졌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치는 날이면 너와 내가 꼭 붙어 서로의 살냄새를 맡던 시절

포근한 기억 한 줌을 꺼내 따뜻하게 덮고 잤으면 좋겠다.





2021.08.25.

찬유 생후 272일

매거진의 이전글 모유수유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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