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 없으니까
배 위에 널 올려놓고 자는 것,
널 번쩍 안아 올릴 수 있는 것,
보송한 너의 엉덩이에 입을 맞출 수 있는 것,
너의 겨드랑이 밑에 마구 얼굴을 부벼댈 수 있는 것,
전부 시한부다.
(첫 번째 건 벌써 한참 전에 끝나버렸다.)
너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육체가 다하는 날이 와도 계속되겠지만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건 오직 지금 뿐이니까.
9개월, 73cm, 10키로의 너는 오직 지금 뿐이니까.
지금 할 수 있는 사랑, 지금 밖에 못하는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네가 내 품에서 사는 20년,
줄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지만 네가 더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기 전
가슴 속에 내게 사랑 받은 기억들만은 넘치도록 충만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서로에게 전했던 사랑의 언어들만큼은 평생 네 귀에 울려퍼졌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치는 날이면 너와 내가 꼭 붙어 서로의 살냄새를 맡던 시절
포근한 기억 한 줌을 꺼내 따뜻하게 덮고 잤으면 좋겠다.
2021.08.25.
찬유 생후 27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