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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유 Oct 09. 2017

결혼을 닷새 앞두고, 사랑

가장 이루어내고 싶은 것


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 하루였다 그치 오빠.



부부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지 느끼는 요즘이야. 나이가 어린 만큼 받게 될 걱정 어린 시선들에 미숙해보이지 않으려고 그 누구보다도 긴 결혼 준비 기간을 거쳤는데도, 이렇게 임박해서까지 우리는 참 모자르다 그치.


핵심은 '사랑' 그거 하나인데, 그거 하나가 그렇게 어렵네. 내가 받아왔던 사랑, 줬던 사랑, 들었던 사랑, 너와 나의 사랑은 그 사이 어디쯤에 존재했던 건지. 과연 그 사랑이라는 것이 언젠가는 완성이 되기는 하는 것인지.



언제 부터였을까, 나는 당신을 나의 '아들' 처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어. 물론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고 키워본 강아지도 없지만 나의 기준은 늘 당신의 부모님이었고 또 나의 부모님이었어.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여 우리 둘이 하나가 되는 만큼, 내가 당신의 부모가 되어주자고. 언제나, 어디서나, 그저 가장 넓고 편한 쉴 곳이 되어주시던 그 너그러운 품이 내가 되어주자고. 부모님에게서 느꼈을 그 안정감을 나에게서 느낄 수 있게 해주자고. 늘 멋있기만 한 당신이 한 번씩 약한 면을 보일 때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런 순간 당신에게 필요한 건 매력있는 여자친구가 아니라 푸근한 어머니라고. 그래서 그럴 때마다 나는 당신을 질책하는 대신 더 사랑하고 안아주는 쪽을 택했지.


몇 번이고 세상에 배신당해도 언제 돌아가도 그저 내 편일 사람은 부모님 밖에 없다지만 그런 사람 한 명쯤 더 있으면 세상 좀 더 숨통트이지 않겠냐고. 부모님보다 더 오래 같이 살 사람이 그런 존재라면 세상 좀 더 살맛 나지 않겠냐고, 생각했어.


마냥 쉽지만은 않더라. 예수님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셔서 예수님 닮은 사랑을 당신에게 너무 주고싶은데 나도 사람이고 부족해서 참 그게 어려운 것 같아.



그래도 오빠.

우리 함께 노력하면 그거 자체로 아름답지 않을까? 같은 방향성을 갖고 서로에게 제일 편안한 쉴 곳이 되어주자는 그런 마음을 갖고있는 것만으로,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 이 관계는 은은하게 늘 빛나지 않을까?


물론 실수할 때도 있고 부족할 때도 많을 거야. 그치만 결국 돌아갈 곳은 당신이라는 걸, 우리는 모르지 않잖아. 냉랭하다가도 픽 웃음이 터져버리는 우리잖아.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우리 오늘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했던 그 약속, 서로의  다른 부모가 되어주자고 했던 그 약속 평생 지켜가자. 잊혀질 때면 우리가 부모님께 받은 그 사랑을 기억하며 더욱 사랑하자.


털끝 만한 티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당신의 모든 순간들이 오롯이 내 품 안에서 편안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잘 살아보자, 남편!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 박원, <노력>


말이 되고 말고.


노력이 없이는 절대 지속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알랭 드 보통은 현대인들이 사랑의 시작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이 말하면서 사랑을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남은 팔십 여년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간다는 것, 내가 지금껏 살아오며 받은 역할 중에 가장 진지하고 막중한 임무가 아닐 수 없다. 결혼이 낭만적이지 않은 점은 여기서도 찾을 수가 있다. 나는 막연한 설렘보다는 엄중한 각오로 이 행사에 임한다.



사랑의 무거움에 대해 생각한다. 가장 삶의 본질에 가까운 그것.


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것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그 어떤 성취보다도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가 이 생에서 가장 간절히 이루어내고 싶은 것은 사랑이다.




201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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