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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의 이야기
By 시소유 . Jul 13. 2017

결혼은 그닥 낭만적이지 않다

결혼을 준비하며 알게 된 사실 4가지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 알랭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중


달달한 이야기들을 먼저 올렸더니 주변에서 '나도 결혼하고 싶어 진다', '너무 부럽다', '요즘 완전 행복에 겨워 살겠구나!' 등의 반응이 많았다. 물론 아주 행복하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일이 그렇듯,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중에 나는 밝은 쪽을 더 보아내자고 선택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결혼은 그닥 낭만적이지 않다.
낭만
: [명사]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헤드라인을 자극적이게 뽑아 봤다. '낭만적'이라는 말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사전적 의미를 빌려 말하자면, 결혼은 낭만적이지 않다.


낭만과 이상, 비현실성과 비효율성을 추구하는 나 같은 사람도 결혼을 준비하는 순간 만큼은 현실적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1. 결혼은 타이밍이다.


서로 엄청 많이 사랑하면 다 결혼하나? 열렬히 사랑했던 이들이 모두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면 수많은 애틋한 이별이야기들은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이 성사되었다는 것에 '두 사람이 정말 서로를 사랑한다'는 의미는 한 2-30% 정도 되려나. 나머지는 '두 사람의 상황과 시간과 미래계획이 같은 선상에 있었구나'일 것이다.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냐'고 묻는 이들에게 나는 이런저런 다양한 곁가지들을 붙여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대답하지만 사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서있는 현재가 같았고 그리는 미래가 같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도 하지 않고 알바로 몇 푼 안 되는 돈 모아서 1년 이상 기약도 없이 여행만 하자는 내 미래 계획에 온전히 같은 마음으로 '그러자' 말해줄 남자가 몇이나 되겠으며, 있다 하더라도 그들중에 내가 이 사람 만큼이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내가 그리는 미래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 

그는 그의 삶을 살고 나는 나의 삶을 살 때에 서로가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으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감사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서로 평생을 함께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



2. 결혼 준비는 끝없는 배려와 이해의 연속이다.


결혼 준비하다가 싸워서 파혼한다는 얘기는 몇 성격에 문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실제로 뛰어들어본 결과, 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결혼 준비는 끝도 없는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정말 끝도 없다. 이걸 정했다 싶으면 상상치 못했던 또다른 것이 남아있다. (나열을 하다가 포기했다. 결혼 준비 과정을 쓰려면 새 창을 열어야할 것 같다.)


의사결정의 연속이라는 말은 즉, 끝없는 배려와 이해의 연속이라는 이야기다. 몇 백 번의 의사결정 중에 아주 잠깐이라도, 누가 잠깐 배가 고파서 예민해졌다든지, 참아온 것이 터졌다든지 하는 등의 이유로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의 마음이 사그라드는 순간, 바로 싸우는 거다.


가장 어려운 점은 양가 부모님 사이에서의 조율이다. 결혼에서의 의사결정은 신랑 신부 둘이서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특히 큼직한 문제일수록 무조건 부모님과 상의해야 한다. 신랑 신부는 서로 사랑하니 어느정도 서로의 요구가 충돌하더라도 조율해갈 수 있고 싸우더라도 꽤 금방 화해할 수 있다 쳐도, 양가 부모님은 서로 사랑해서 만난 사이가 아니지 않나. 양쪽의 의견이 달라지는 지점이 생긴다면 두 쪽의 견해를 좁혀가야하는 역할은 당연히 신랑 신부의 몫이다.



3. 결혼은 두 가족의 결합이다.


동거는 '두 사람의 결합'이고 결혼은 '두 가족의 결합'이다. 단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얼른 같이 살고 싶다'는 이유로 결혼을 결심했다가는 예상치 못하게 쏟아져오는 수많은 역할들에 압도될지도 모른다.


결혼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은 서로의 가족을 찾아 뵙는 일이다. 서로의 부모님, 형제 자매에게 상대방을 소개하고 인사시킨다. "사람 참 괜찮네."라는 부모님 말씀 한마디에 모든 근심 걱정이 날아간다. 가족에게 인정 받는 일은 결혼 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이다. 가족이라함은 두 청년이 자라난 밭이며, 상대방의 밭이 곧 나의 밭이 되는 과정이 결혼이기 때문이다.


결혼의 가족 결합 기능은 결혼 준비 단계에서보다 결혼 생활 단계에서 그 중요성이 더해진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평생 사랑으로 키워주신 분들이 나의 제 2의 부모님이 되는 일은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여생 동안 우리가 서로의 부모님께 그 감사를 전하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인 동시에 늘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4. 결혼식은 우리 둘의 이벤트가 아니라 부모님께 바치는 일이다.


낭만과 이상 속에 살며 좀처럼 땅에 발 붙이지 못하고 구름 위를 떠다니는 나를, 낭만과 현실 사이 어디쯤 사는 그가 가끔 현실 속으로 데려다 놓는 것이 우리 둘의 사는 모습이다.


이런 우리는 특별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찾아가는 결혼식?"

"스카이다이빙 결혼식?"

"결혼식을 하지 말까?"


이러다가 끝에는 '결혼식에는 우리 손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을 보러 오시는 부모님 손님들이 훨씬 더 많을텐데...'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우리의 부모님은 평생을 키운 소중한 자식이 세상으로 나가는 이 중대한 기념식을 어떻게 하길 원하실까. 이 생각이 든 이후로 우리의 모든 기준은 여기에 맞춰졌다.


결혼식이 가지는 여러 의미 중에서 두 남녀의 하나됨을 축하하는 의미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라 내가 믿는 것은 바로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걸어 나오며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일이다. 인사를 잘, 예쁘게 드리는 것이 우리에겐 더 중요했기에 '특별한 결혼식'은 결혼 10주년 행사 쯤으로 미뤄두기로 한다.






결혼은 문화를 반영한다.

위에 적은 내용은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결혼을 진행하며 느낀 점들이고, 다른 문화권이 더 익숙한 많은 분들, 또는 진보적인 방식으로 결혼을 진행하려는 분들에게는 공감되지 않는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기성세대인 부모님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며 일반적인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혼을 하려는 분들에게는 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결혼이 어른의 일인 것은

어른만이 결혼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어른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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