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 3] 대한민국, 포항 / 호미곶, 죽도시장
오뚜기 아파트
7시 반에 알람을 들었다. 그러나 더 자고 싶었다.
밍그적거리다가 8시에 일어나서는 내려가서 세수만 하고 바로 올라왔다. 오늘은 네 시간 짜리 긴 버스를 탈 예정이니 버스 안에서 푹 자고 일어나 포항에 도착해서 씻을 것이다. 어제 밤에 가볍게 몸 샤워를 할 때 보니 이 숙소는 온수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뇌가 잠들어 있는 상태로 밖에 나왔다.
남편은 어제 내가 사진 찍어놓고 싶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우리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오뚜기 아파트였다. 어제 버스 안에서 창 밖을 보다가 발견한 것인데, 이 글씨와 그림이 아파트에 그려져있는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귀여웠다. 그는 나오자마자 뛰어가서 오뚜기 아파트 사진부터 찍었다. 기억해줘서 고마웠다.
여행 체질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8시 40분에 온다고 했다. 사진을 다 찍고 정류장으로 걸어갔는데 버스가 딱 맞게 도착했다. 터미널에는 분식집, 토스트집, 빵집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하지 않아서 어제 저녁에 편의점에서 꿀호떡과 감동란을 사두었기에 우리는 김밥만 한 줄 사서 감동란과 함께 먹었다. 꿀호떡은 이따 배고파지면 먹으려고 남겨두었다.
버스는 칠보산휴게소에 설 때까지 세 시간을 내리 달렸다. 그리고 나는 세 시간을 내리 잤다.
남편은 나를 너무 신기해했다. 넌 정말 여행 체질인 것 같다고, 어제도 글 다 쓰고 눕자 마자 잠들었고 오늘도 버스에 타자 마자 잠들어서 어떻게 세 시간을 한 번도 안 깰 수가 있냐고 했다. 난 평소에는 누워서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젊음
포항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지진으로 인한 주의 표지판이었다. 아, 이곳이 얼마전 지진 피해가 있었던 곳이었지. 즉시 숙연해졌다. 이 도시가 느꼈을 아픔과 두려움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숙소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에 정류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우리를 보시고는 어떤 아주머니께서 말을 거셨다.
“어디로 가요?”
“아, 저희 숙소 있는 쪽으로 가요. 홈플러스 쪽…”
그쪽으로 가는 버스를 이것 저것 안내해 주셨다. 우리의 커다란 배낭을 보시고는 짧지 않은, 혹은 쉽지 않은 여행이라는 걸 아시는 듯 했다.
“참 보기 좋다~ 젊을 때 이런 거 한 번 해봐야 돼… 너무 보기 좋아요~ 부럽다!”
먹는 행복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 조금 지났다. 둘 다 배가 고팠다. 그가 말했다.
“예인아, 우리 오늘 점심은 간단하게 먹고… 저녁에 물회 먹자!”
우와!!!!!!!!!!!!! 물회라니!!!!!!!! 물회!!!!!!!!!!
나는 회를 좋아한다. 야속하게도 회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우리는 가난한 여행자이기 때문에 식비에 많이 쓸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나는 당연히 점심을 간단히 먹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는 미안한듯 점심을 가볍게 먹자 말하고 그 대가로 저녁에 물회를 먹자 한다. 나는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어제도 사실은 강릉 중앙시장 수산 코너에서 기웃거리기만 하고 회를 먹지 못했다. 이틀 째 바다 냄새를 맡고 있으니 나도 오늘만큼은 회를 조금이라도 먹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알아준 것만 같아 너무 기뻤다. 좋지!!!! 너무 좋아!!!!!!!! 그렇게 하자!!!!!!!
버스에 내려서 숙소에 거의 도착했다. 숙소 바로 옆 건물에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식당이 하나 있었다. 돼지국밥 3,000원…? 떡볶이 1,500원 라면 1,500원!??!??
여기다. 오늘 점심은 여기로 정했다.
이번 숙소는 일반적인 모텔이다.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고 씻고 나와서 밥을 먹으러 갔다. 돼지국밥, 떡볶이, 순대, 김밥 한 줄을 시켰는데 7,200원이 나왔다. 그리고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가격은 간단했지만 식사의 양과 질은 절대 간단하지 않았던, 너무 좋은 식사를 했다.
나는 옆 테이블 아저씨가 드시고 계시는 냉국수가 탐이 났다.
“내일 아침도 여기서 먹고 싶다. 나 저거 냉국수도 먹어보고 싶어!”
“아침에 여기 몇 시에 여는지 물어보자.”
이 말을 하고 아까 찍은 사진들을 보다가 이 식당의 간판 사진을 찍은 것을 발견했고, 나는 ‘24시 영업’이라는 글자를 보고야 말았다. 오예! 이번 숙소의 최고 좋은 점은 다름 아닌 이 식당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다. 내일 아침도 여기서 먹고 점심도 포장해 갈 거다.
호미곶
호미곶을 대중교통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한 시간 이상 버스를 타야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린카(카 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했다. 쿠폰도 있어서 엑센트를 저렴한 가격에 빌릴 수 있었다.
호미곶까지는 약 40분 정도가 걸렸는데, 거기까지 가는 드라이브 코스가 정말 예뻤다. 하늘은 맑고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왼쪽으로는 산이 보였고, 처음 보는 식물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차도 한 대 없고 탁 트여 있었다. 우리는 둘 다 너무 좋아하는 박효신의 노래를 들으며 신나는 드라이브를 즐겼다.
도착이 500m쯤 남았을 때, 남편은 ‘여기도 너무 예쁘다!’며 차를 세웠다. 그곳은 작은 배들이 정박 되어있고 얕은 바닷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찾아보니 지명은 대천리방파제였다. 우리는 관광객이 한 명도 없는 그곳에서 맘껏 사진을 찍었다.
조금 더 가까이
호미곶에 도착하니 호미곶의 상징인 ‘상생의 손’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그 손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우리도 한반도 최동단에 온 것을 기리며 열심히 사진을 남겼다.
이곳의 물은 정말 신기할 만큼 맑았다. 물 밑의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그 덕에 불가사리도 한 마리 만날 수 있었다.
남편은 이런 곳에 올 때면 항상 갈 수 있는 최대한으로 바다에 가깝게 가 본다. 이번에도 바다 위의 바위들을 밟아가며 자연에 가장 가까이 가 보았다. 나는 남편이 이렇게 하는 게 좋다. 멀리서 조망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보려하는 것, 만들어진 길만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길이라 생각하는 곳을 가는 것, 그게 우리 남편의 진짜 멋진 점이다.
물회
저녁으로 물회를 먹기 위해 죽도시장으로 향했다. 죽도시장에는 큰 어시장이 있었다. 너무 많은 횟집이 있어서 어디를 들어가야하나 고민하면서 세 바퀴를 돌았는데, 그러면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입구 쪽에 있는 집이 제일 비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가게를 들어갔는데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다른 곳보다 꽤 저렴한 가격으로 물회와 매운탕을 배불리 아주 맛있게 먹었다. 꼬돌꼬돌하고 기름진 회를 시원하고 칼칼한 물회 육수와 함께 먹으니 딱 좋았다. 옆에서 얼마짜리 코스를 먹든 우리는 2인 26,000원으로 백퍼센트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왔다.
중앙상가 실개천거리
오늘 숙소에는 와이파이가 없다. 글을 좀 쓰고 들어가려고 지도 앱으로 주변의 카페를 검색했더니 많은 카페들이 한 구역에 모여있었다. 약 5분여 떨어진 그곳으로 걸어갔다가 우리는 깜짝 놀랐다. 예상치도 못하게 번화가를 만나게 된 것이다. 홍대 거리, 강남역 부럽지 않은 최고의 번화가였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 한 모든 브랜드들이 집결되어 있었고 대학가처럼 다양한 보세 옷들과 먹거리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아까의 시장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게 젊음의 기운이 느껴졌고, 실제로 많은 10-20대 시민들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거리의 이름을 찾아보니 ‘중앙상가 실개천거리’였다. 실제로 거리 중앙부에 실개천이 흘렀다. 우리가 살던 곳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아주 익숙한 분위기를 마주하고는 괜시리 반가워서 한동안 거리를 돌아다녔다. 살 것도 없으면서 – 사지도 못하면서 – 이곳 저곳 들어가 보기도 하다가 하루를 정리하러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서 글을 쓰다 10시 반에 카페는 마감을 했고
나의 글은 마감되지 못해서
와이파이 없는 모텔에서 핫스팟으로 글을 쓴다.
2018.04.12.
세계여행 Day 3
포항 브리스타즈 모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