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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유 Mar 15. 2017

당신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그와 다른 일상을 살게 된 날, 그 시작점에서.


1.

그가 신입사원 연수를 들어갔다.


다행히 오늘 과외가 두 개인데다가 아침에 동생의 유학 입학자료를 작성해주느라고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서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많이 없었다. 그렇지만서도 이 바쁜 일상을 공유할 누군가가 없다는 것은 퍽 허전한 일이었다.

나의 일상이 그대로 그의 일상이었던 1년 반의 시간을 지나 왔고, 그의 입사와 동시에 우리는 서로 다른 일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은 그 시작날이다.



 2. 

'넌 진짜 혼잣말을 많이 한다'


는 말을 종종 듣긴 했어도 그것을 내 스스로가 느끼는 일은 드물었는데, 오늘은 혼자서도 신나게 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무심코 걸어가다가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머릿 속에 생각이 떠오르듯 자연스럽게 입에서 소리가 떠오르고 있었다. 


길에서 노래도 많이 불렀는데, 박효신의 'Home'이라든지 'Gift'라든지 하는 노래들은 그렇다 쳐도, 블랙핑크의 '휘파람'을 흥얼거린 것은 좀 너무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조금 부끄러워 걸음을 빨리 했다. 



 3. 

글은 외로울 때 더 잘 써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를 글로 이끈 것은 언제나 '결핍'이었다. 

글쟁이에게는 외로움도, 인내도, 고통도, 모두 감사한 일이다. 점점 더 맥아리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가 날 채워준 것이 고마웠듯이, 그가 준 이 약간의 외로움도 고맙다.



 4. 

내가 외로울 때 찾는 또 하나가 음악이다. 


그를 만나기 전에 나는 음악을 엄청 많이 듣는 사람이었다. 등교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일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도, 잠들기 전에도, 이제는 절판된 160기가 괴물용량 나의 아이팟클래식은 언제나 나와 함께 했다. 멜론 정액권 중 가장 많은 음악을 다운 받을 수 있는 150곡 짜리로도 부족해서 그것을 두 개나 구입해 매달 300곡씩 다운을 받으며 음악을 들었던 나였다. 이제 나는 음악을 다운 받지도, 아이팟을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다. 한때는 음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스트리밍 서비스만을 애용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6시간을 수업하고 온 꽤나 피곤한 날이었는데 집에 들어와서 무언가라도 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습관적으로 에버노트를 열고, 일기를 이어 쓰려고 보니 불현듯 음악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오랜만에 든 생각이었다. 


필요할 때만 찾아가는데도 늘 변함 없이 부담 없이 위로해주는 것이 음악이다. 좋은 음악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한다.



 5. 

그를 향해있던 눈빛이 갈 곳을 잃었기에, 그 눈으로 나를 본다.


그를 칭찬하던 입으로 나를 칭찬해본다. 그를 사랑하던 그 눈빛으로 나를 느낀다.

그에게 관대했던 만큼 나를 위로해본다. 그에게 하던 '괜찮다'는 말을 나에게 해본다.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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