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7~40] 특별편!
2018-05-16 ~ 2018-05-19
이르쿠츠크 발 - 카잔 행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
울란바토르 발 - 이르쿠츠크 행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탄 이후 두 번째로 탄 것이었다. 처음 탔을 때 부족했던 점을 두 번째 탈 때에 많이 보완해서 탑승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열차 안에서 덜 힘들고 더 재밌게 보낼 수 있을지 정리가 되어 이를 많은 분들과 나누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앞에 적은 '시베리아횡단열차 안에서의 기록' 편에 함께 적으려고 했던 내용인데 쓰다보니 많이 길어져서 글을 나누었다. 횡단열차를 탈 예정인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충분한 음식 챙겨가기 (도시락 라면) / 열차 안에서는 사먹을 만한 것이 거의 없으므로 열차 안에서 보내는 날들의 하루 세 끼 챙겨먹을 만큼의 식량은 갖고있는 것이 좋다. 특히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고 화가 나고 온몸이 쑤시는 나와 같은 체질의 분들께는 식량을 아주 충분하게, 또는 살짝 넘치게 챙기는 것을 권한다.
러시아 마트에서 파는 도시락 라면을 다량 챙겨가지고 가면 아주 좋은데 컵라면과 봉지라면 중 봉지라면이 훨씬 저렴하다. - 컵라면 약 36루블(약 680원), 봉지라면 약 16루블(약 300원)- 이곳의 봉지라면은 우리나라 것과 같이 끓여먹는 것이 아니라 컵라면에서 컵만 없는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한국에서 컵라면 하나 들어갈 정도 크기의 락앤락 용기를 가지고 와서 봉지라면으로 다량 구매하면 훨씬 저렴하게 컵라면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용기를 따로 챙기지 못해 열차 내에서 주는 컵 안에다 해먹었다.
도시락 라면은 한국인 입맛에는 빨간색 맛이 가장 잘 맞다. 빨간색은 한국에서 파는 육개장 컵라면과 맛이 거의 똑같고, 초록색은 국물이 뽀얗고 생소한 향이 있다.
2. 티백, 인스턴트커피 챙기기 / 열차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맘껏 쓸 수 있는 것이 뜨거운 물이다. 100도가 넘는 온도로 끓고 있는 식수를 제공받기 때문에 좋아하는 티나 커피 등을 챙겨오면 좋다. 컵은 열차 내에서 빌려준다.
3. 삶은 달걀 / 열차 타기 전에 달걀을 삶을 만한 시간과 공간이 있다면 삶은 달걀을 만들어 가져가는 것을 매우 추천한다. 러시아는 달걀이 아주 싸다. 10개에 35~50루블(약 800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우리는 호스텔에서 달걀 10개 삶아가서 도시락 라면과 함께 먹었는데 정말 최고였다.
4. 열차 내에서 파는 빵 맛있음! / 종종 역내 물건 파시는 분이 갓 구워진 빵을 들고 돌아다니며 판매하시는데 맛이 괜찮다. 한 개에 50루블(약 800원) 정도이다.
식당 칸은 되도록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사악한 가격에 사악한 양이다.
5. 두 명이서 간다면 1, 2층을 예약하는 것이 좋다. / 1층과 2층 자리는 장단점이 서로 다르다. 1층은 자리가 넓고 책상과 가까워 책상 쓰기가 용이하며 앉아있을 수 있는 반면, 주변에 사람들이 자꾸 지나가고 옆에 모르는 사람이 앉을 수도 있다. 2층은 훨씬 좁고 허리를 펴고 앉을 만한 높이가 나오지 않아 누워있기만 해야 하는 반면, 온전히 나 혼자만 이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안락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양측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모두 누리기 위해서는 1, 2층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6. 슬리퍼 챙기기 / 열차 안에서 침대에 누웠다가 돌아다니다가 하기 편하려면 슬리퍼 필수이다. 발냄새 방지를 위해서도 필수!
7. 오프라인 러시아어 번역기 다운받아가기 / 역무원들과도 영어로 대화 불가하므로 정보를 얻거나 음식을 사거나 할 때 꼭 필요하다. 우리는 구글 번역을 이용했다.
8. 군것질거리도 챙기기 / 중간중간 역에 정차했을 때 과자, 음료수 등을 파는 작은 상점들이 있는데 일반 마트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므로 군것질거리를 좋아하신다면 많이 사서 들고가는 게 좋다!
9. 책, 일기장, 미드 등 / 시간 떼울 것들을 준비해가면 좋다. 생각보다 열차 안에서 사람들과 대화할 일이 없고 시간이 잘 안 간다…! 남편이 미드(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를 다운 받아 놓았었는데, 그 덕분에 우리는 시간이 정말 잘 갔다.
10. 멀티탭, 멀티 USB 허브 / 신형 열차는 6인이 쓰는 구역 마다 하나씩 콘센트가 있으므로 멀티탭이나 포트가 여러 개인 USB 허브를 들고 가면 아주 유용하다. 우리는 4구 짜리 큐브형 멀티탭 하나와 7포트 짜리 멀티 USB 허브를 가지고 다니고 있다.
11. 쓰레기 담을 봉지 / 쓰레기통은 칸에 하나씩, 화장실 앞쪽에 있다.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며 여분 봉지를 하나 부탁해서 침대 옆에 걸어두고 쓰레기를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버리면 편리하다.
12. 추위를 많이 탄다면 열차 중앙 쪽 자리, 사람이 붐비는 게 싫다면 살짝 가엣쪽 자리 / 우리는 열차의 딱 가운데에 있던 자리였다. 가운데 자리의 장점은 양쪽 문과 화장실로부터 가장 멀어서 외풍이 들지 않아 가장 따뜻하다는 것이다. 반면 단점은 언제나 옆 침대가 가득 찬다는 것. 주변에 사람이 적을수록 편하게 책상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양옆 침대가 늘 꽉 차있는 것은 불편을 초래한다. 그렇기에 살짝 춥더라도 한산한 것이 낫다면 완전 가운데 보다는 한두 구역쯤 가엣쪽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13. 유심을 사가도 달리는 중간에는 데이터가 잡히지 않는다. / 역에 정차할 때에는 데이터가 터지는데 큰 역은 빠르고 작은 마을에 있는 역은 느리거나 안 잡힌다.
14. 마실 물은 필수! / 열차 내에서는 라면이 끓을 수 있을 정도의 팔팔 끓는 뜨거운 물만 제공되기 때문에 식수는 챙겨가야 한다. 러시아 마트에 가면 5L 짜리 엄청 큰 통에 든 물을 천 원 이하의 가격에 살 수 있다.
15. 마스크!!!!! / 마스크를 챙기세요. 마스크를 꼭 챙기셔야 합니다. 앞사람 옆사람 누가 발냄새 날지 모르고 97퍼센트 확률로 열차 내에서는 계속 땀 절은 냄새가 납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서도 나고 있거든요!
힘들고 짜증나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남편과 한 번씩 '횡단열차 또 타고 싶다'고 말한다.
그 냄새나는 곳에 왜 돌아가고 싶은지는
우리도 잘 모른다.
2018.06.02.
세계여행 Day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