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쿠 사람, 타미

[Day 107] 핀란드 투르쿠/ 첫 카우치서핑 이야기

by 시소유

*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이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무료로 자신의 집에 재워줄 호스트를 찾는 것이다. 대부분의 호스트가 여행자와의 문화 교류를 원해서 자신의 집을 공유한다. 이는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장점은 그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실제 생활 모습과 문화 등을 깊게 알게된다는 점이고, 단점은 교류를 해야하기 때문에 일과가 끝난 후 집에 들어왔을 때 마냥 편하게 쉴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또는 일과 자체가 우리의 재량보다는 호스트의 일정에 맞춰서 진행되기도 한다.

* 우리는 원래 에어비앤비와 부킹닷컴만 이용해서 다니고 있었는데, 마케도니아 오흐리드에서 우연히 만났던 두리언니네 부부의 추천으로 카우치서핑을 해보게 되었고, 그 첫 시작은 핀란드 투르쿠가 되었다.


* 투르쿠의 타미(Tommi)의 집에는 7월 25일 부터 27일 까지 2박 3일을 묵었다.


* 열세 살인 그의 딸의 이름은 미아(Mia), 일곱 살인 그의 아들의 이름은 빅토르(Viktor)이다. 이들은 남매지만 엄마가 달랐다. 둘 모두 각자의 엄마의 집에서 살고 있지만 현재는 방학이라 둘 다 아빠의 집에 와있는 것이라 했다.




2018-07-25,

타미(Tommi) 집에서의 둘째 날.



어제는 잠도 늦게 든데다가 걷기도 많이 걷고 자전거도 타는 등 운동을 많이 해서 피곤했던 터라 느즈막히 열 시쯤 일어났다. 미아와 빅토르는 이미 일어나 비디오게임을 하고 있었고 타미와 그의 자전거가 집에 없는 것을 보니 타미는 자전거를 타러 나간 것 같았다.


카우치서핑 승낙을 받았을 때, 타미는 우리에게 식구들을 위해서 밥을 한 끼 정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고 우리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었다. 이들의 일정과 우리의 일정을 고려했을 때 오늘 점심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어제 자기 전에 이야기했었다. 우리는 주로 파스타 아니면 밥을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더니 타미가 이틀 연속 파스타를 먹었다고 하길래 밥 요리를 해주기로 했다.


밥에 뭘 넣으면 좋을까. 타미와 빅토르가 야채를 잘 먹지 않는다고 했으니 야채는 양파와 마늘만 넣고 베이컨을 듬뿍 넣자. 버터를 넣고 계란을 넣어 베이컨계란버터볶음밥을 만들자. 매운 건 못 먹는다고 했으니 고추장 대신 간장을 조금 넣어보자. 대략적인 구상을 하고 남편이 재료를 사다주었다.

조금이라도 양파가 타지는 않을까, 너무 싱겁거나 짜지는 않을까, 마늘이 맵지는 않을까. 인터넷에 찾아보니 마늘을 찬물에 씻었다가 익히면 매운기가 많이 가신다고 하기에 열심히 씻었다. 한 시간 정도의 공작 끝에 음식이 완성되었고 식구들이 하나 둘 접시를 가져가 먹기 시작했다.


이 집에는 식탁이 없어 상상했던 것처럼 모두가 같이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감사하게도 모두가 정말 잘 먹어주었다. 엄마가 일본인이라 동양의 맛이 익숙한 미아는 매운 것을 그나마 좀 먹을 줄 안다고 하여 고추장을 조금 줘 봤는데 너무 맛있다면서 접시를 들고 와서는 고추장을 더 달라고 했다. 평소에 편식이 너무 심해서 밥 먹이기가 쉽지 않다는 빅토르도 한 접시를 다 비웠다. 밥을 가장 많이 떠갔던 타미도 접시를 싹 비워서 왔다. 익숙한 맛이 아니었을텐데도 다들 잘 먹어서 뿌듯했다. 그리고 이들은 진짜로 식사가 끝난 후에 자일리톨 껌을 씹었다.(!!!)


먹은 것들을 정리하고 나서 나갈 준비를 했다. 타미와 빅토르가 수영장에 간다고 해서 시내까지 차를 얻어탈 수 있었다.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저녁 8시쯤 집에 돌아왔다. 타미는 숲에 블루베리를 따러가지 않겠냐고 물었고, 우리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다. 타미는 어제 저녁 대화에서 바로 옆 숲에서 블루베리를 마음껏 따먹을 수 있다고 자랑을 해놓은 참이었다.


온 식구가 다 같이 숲으로 산책을 나갔다. 올해 날씨가 비정상적으로 더운 바람에 아주 작은 크기의 블루베리 밖에는 없었지만 그 작은 베리를 똑똑 떼어 입에 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아주 신기하고 즐거웠다. 집 바로 앞에 있는 숲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블루베리를 아무 때고 따먹을 수 있는 삶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 좋은 베리를 맛보게 해주고 싶었던 것인지, 타미가 아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빅토르는 산책을 좀 더 하고싶다고 말했고, 숲 산책을 마친 우리는 호숫가 쪽을 걷기로 했다. 호숫가 쪽으로 가니 마을 주민들이 지는 해를 등지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수심이 얕아 어린 아이들도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었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어린 아가들 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이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타미가 저쪽에 음악이 나오는 곳을 가리키며 저곳은 '춤추는 곳'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저곳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댄스 수업 같은 것이 진행되기도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뻗어보니 흰색 장막 같은 것이 있었고 그 아래에서는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었다. 이들은 마치 구름 위에서 춤추는 천사들 같았다. 숲과 호수에 둘러싸인 흰색 장막 아래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춤을 추러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빅토르는 걷다가 발견한 나뭇가지 두 개를 주워다가 총칼 놀이를 하기 시작했고 남편과 나는 그 놀이에 동참했다. 남편은 더 큰 나뭇가지를 줍더니 그의 칼싸움에 응대했고, 나는 그의 총에 실감나게 쓰러졌다. 그렇게 자연과 아이와 놀면서 걷다가 분홍 꽃들 사이에 둘러싸인 삐걱대는 나무 전망대 위에 올랐다. 그곳에서 우리는 이 장면 속에 있는 우리 다섯 명을 아날로그 카메라의 필름 타는 소리와 함께 담아냈다.


돌아가는 길은 마구 달렸다. 어둠이 스며들면서 모기들의 습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도로가 나올 때까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다섯 명이 다 같이, 악당에게 쫓기는 꼬마 아이들처럼 뛰었다.




오늘도 해가 지니 어김 없이 빅토르를 재우는 시간이 찾아왔다. 어제 밤에 보니 밤 열 시 쯤이 되면 타미가 빅토르 옆에 누워 이삼십 분 쯤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며 빅토르의 취침을 돕는 것 같았다. 열 시 반쯤이 되면 빅토르는 잠이 들었고, 그가 잠들고 난 이후에는 타미와 미아가 집 문 앞 계단에 걸터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어젯밤에도, 그리고 오늘 밤에도, 우리는 고요한 그 대화에 동참했다. 타미, 미아, 나, 그리고 남편, 우리 네 사람은 그 좁은 현관 앞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 시간이 넘고 세 시간이 다 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밤에도 까만색이 되지 않는 군청색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을 이야기했다.




2018.07.25.

세계여행 Day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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