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07] 일곱 달, 길이 알려준 것
깊고 짙게 살고 싶었다.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내 안에 잡아두고 싶었다.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고 싶었다.
내 가치관을 분명하게 세우고 싶었다.
주관이 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흘러가는 길 위에서 산 것이 막 일곱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나는 뭔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고 얕게 살고 싶어졌다.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는대로 두고 싶어졌다.
삶의 의미를 굳이 찾으려 애쓰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다가올 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어졌다.
내 가치관을 분명히 세우기보다 나를 온전히 내려놓고 싶어졌다.
주관이 분명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상황에 포용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똑똑한 어른 보다는 멍청한 아이 같아서 세상에는 아직도 배워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을 존경하며 살고 싶어졌다.
뭘 그렇게 다 옭아매며 살려 했을까.
나를 강하게 세우려는 순간 나는 내가 만든 감옥 속에 갇힐 뿐이며
내가 나를 내려놓는 순간 세상의 모든 기운이 내 안에 들어와
고갈되지 않는 이 세상의 에너지로, 사람의 에너지로, 하늘과 자연의 에너지로 살아가게 되는 것인데.
어차피 세월 따라 흘러가는 것이 인생인데,
그냥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될 것인데.
2018.11.02.
세계여행 Day 207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