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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디자이너 Dec 17. 2023

남/나의 시선에 매여 사는 사람

이제는 나의 시선을 둘 만한 가치가 있는 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할 때

남의 시선에 매여 사는 삶과

나의 시선을 스스로 결정하는 삶.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아마 대부분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생각을 하는..

내가 나의 시선을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을까?


"시선"이란

1) 눈으로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의 시각적인 방향

2) 사람의 견해, 태도, 관심 등을 나타내는 관점이나 시각

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어떤 방향을 향해 무엇을 보는지와

우리의 견해, 태도, 관심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마음이 머문다"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는 스스로에게

내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을 들고 인스타를 보면

몇 명이 나의 스토리와 피드에 반응을 했는지 보이고,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에 들어가면

내가 구독해 놓은 레터들과 해야 할 업무들이 보인다.


그러다가 가끔 폰을 들고 가는 것을 깜빡한 날에는

출근길에 러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고,

퇴근길에 열심히 졸고 있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고,

오가는 길에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게 되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나의 시선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기보다

수동적으로 나의 시선을

관성에 맡겨버린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


자신의 시선을 자신이 결정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나의 시선을 어디에 둘 것인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내가 만약 정말 책을 읽기 원하면

내 시야에 책과 노트, 연필, 전등을 두고,

내가 만약 정말 사람들을 돕기 원하면

내 시야에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둔다.



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준비할 때

"한국은 사람들이 너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

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내가 화장을 하고, 몸매를 관리하고,

고등학교 내내 책상에 한 번도 엎드리지 않고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공부를 했던 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 거지

남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국인에

내가 포함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인정한다.

내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걸.


물론 그러한 삶이 나쁘기만 한 삶은 아니었다.

그러나 균형 잡힌 시선을 갖지 못한 삶은

결국 나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의식적으로 나의 시선을 의심해 보기 시작했다.

내가 왜 나를 못생겼다고 생각할까?

내가 왜 나를 똑똑하지 못한다고 생각할까?

왜 나는 스스로를 불쌍하다고 생각할까?


스스로의 물음 끝에 나는 깨닫게 되었다.

어떤 때는 너무 남에게만 시선을 향하고,

어떤 때는 너무 나에게만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는 걸.


남에게만 시선을 향하고 있었을 때,

그들이 나의 외모, 태도, 능력을

어떻게 볼 지만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게만 시선을 향하고 있을 때는

남들에 비해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부족한지만 생각했다.


시선을 주도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시선에 매여 사는 삶을 살 때,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았고

불안했고, 답답했고, 슬펐다.


그러다가 이제 나의 시선을

내가 주도적으로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눈을 들고, 창 밖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보았다.

오늘은 비가 샐 일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걷다가 나뭇가지에 달린 벚꽃이

비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런 아름다운 벚꽃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나를 지금까지 키워준 부모님과

나와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을 둘러봤다.

나에게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

행복했다…


조금씩 더 연습을 해보기 시작했다..


너무 나의 연약함에 시선을 두고 있을 때에는

잠깐 내가 가진 장점,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작은 성공들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너무 남의 멋진 모습에만

시선을 두고 따라가려 할 때에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에

시선을 돌려 보았다.


처음에는 이 연습이 어색했고, 어려웠다.

너무 억지로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런 시선 디자인의 결과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

건강해졌다.


조금 더 건강해진 자존감,

조금 더 뚜렷해진 가치관,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는 포용력과

인생을 조금 더 길게 볼 수 있는 여유.


이전에는 내 마음에 들이지 못했던

그러나 지금은 너무 감사한 사람들.  

그리고 이제는 나의 반쪽과

새로운 가족들까지


나의 시선을 디자인하는 것은

어렵고 어색해 보이지만

재밌고 행복한 과정이다.


시성비를 따지는 2024년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일 일수도 있다.

그러나 시선을 디자인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성비가 좋은 훈련이다.

나의 시선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면

그 이후의 삶은

"남과 나의 시선에 매여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그런 삶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줄 질문들 

1. 나는 남의 시선에  매여사는 사람인가?

-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당신의 기분은.

-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가.

- 남의 시선에 매여 사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2. 본인의 시선을 주도적으로 활용해 본 적이 있는가?

- 있다면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가.

- 없다면 왜 그런 것 같은가.


3. 나는 어떤 곳에 나의 시선을 두며 살고 싶은가?

- 내가 무엇에 시선을 둘 때 가장 행복한가.

- 내가 무엇에 시선을 둘 때 가장 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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