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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디자이너 Dec 18. 2023

어떤 결혼식이 행복한 결혼식인가?  

내 결혼식은 누구를 위한 결혼식인지.. 

당신에게 '결혼식'은 어떤 이미지인가? 


어떤 사람은 결혼식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하고, 

어떤 사람은 결혼식을 준비하여 쩔쩔매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결혼식에 대해 

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나에게 결혼식은 그 모든 감정이 혼합된 짬뽕이었다. 

사실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 

'결혼식'은 내게서 먼 이야기였다. 


내가 원하는 결혼식에 맞춰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도 어려울 텐데 

'내가 원하는 결혼식'조차  없다 보니 

결혼식 준비는 혼돈 그 자체였다. 

게다가 우리는 한국에서 식을 올릴지, 

미국에서 식을 올릴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언제 결혼식을 올릴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학교를 다니며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남편은 미국에서 일을 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 

정말 말 그래도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서로의 가치관과 비전과 미션에 

서로의 인생을 투자하겠다는 

결단이 있었다. 


굳건한 약속만이 있는 상황에서 

결혼식 장소를 정하고, 날짜를 정하며 

그제야 ' 결혼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결혼식이라는 것은 '나의 결혼식'이 아닌

'우리의 결혼식'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우리'에는 '남편과 나' 외의 

많은 사람들을 포함한다는 사실까지...) 


나도 처음부터 신부인 '나'의 생각만을 

우리의 결혼식에 주입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십여 년을 살아온 

남편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한국에서 살아온 나와 가족들은 

'결혼식'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축의금 문화는 

남편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독특한 문화였고, 

남편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리셉션과 댄스는 

내게 이해되지 않는 문화였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생각지도 못한 '문화갈등'을 겪게 되고, 

그 문화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편견들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남편의 얼굴은 한국인이었기에 

나는 그 한국인의 얼굴을 가지고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부로 우리의 문화를 무시하고 

모르는 척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나름대로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의 한 번뿐인 '나의 결혼식'에서 

그러한 갈등이 일어나자 

나도 당황을 했고, 남편도 당황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우리는 결혼식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화갈등에 대비하는 법을 훈련하게 되었다. 


그렇게 타인과의 갈등은 오히려 해결하기 수월했다. 



그런데 문제는 나와의 갈등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결혼식에 온 힘과 열정을 쏟아붓는 

그 많은 신부들 중 한 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다. 

남들과 똑같은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남들이 하는 것은 다 따라 하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아직 어리고,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기에 

화려한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또,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르면 

화려한 결혼식이 아닌 경건하면서 

정말 '결혼'의 의미가 드러나는 결혼식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내 머리와 마음과 손은 따로 놀고 있었다. 


정말 심한 고통의 순간도 있었다. 

남들은 우리의 결혼식을 너무나 축복해 주었지만 

나는 솔직히 말해서 아쉬웠고, 부끄러웠다. 

나도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고, 

하객들에게 코스요리를 먹여주며, 

생화 꽃다발을 들고나가게 하고 싶었다. 


심지어.. "내가 일을 더 해서 돈을 벌고 난 다음 

결혼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혼'식' 때문에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결혼의 의미를 까먹어버리는 그런 실수를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내가 지금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우리가 아직 가진 것이 없지만 

서로 사랑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과 가능성을 믿기에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것인데... 

그 약속의 가치보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는 내 모습을 보며 

많이 실망했다.  


다행히도 나는 그렇게 나의 모습에 

실망하고 울고 불며 

나를 다시 똑바로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왜 결혼을 하는 것인가?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가? 

그리고 이 결혼이 내 인생에 

진정으로 어떻게 남길 원하는가? 


그렇게 천천히 생각하다 보니 

다시 내가 가지고 있던 첫 마음.

내가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식은 결과적으로 

"소박하면서도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축복을 받는 결혼식"이 되었다.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보며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나의 결혼식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남들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 발버둥 쳤던 

그 시간도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고, 

그 기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 아픔의 시간도 필요한 시간이었고, 

남편과 그 가족들과의 문화갈등, 오해들 속에서 다투고 

상처받기도 한 그 시간들도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우리가 모두 동의하는 

'결혼의 의미'를 제대로 담은 결혼식이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식 이후 

'결혼한 부부로써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참 다행이다. 

결혼의 의미가 지켜진 결혼식이 되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현재.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항상 기억하며 

인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을 준비하기를 

조심스럽게 권유해 본다. 


'행복한' 결혼식은 

 결혼을 하는 신랑, 신부가 

'행복한' 이유를 잘 담은 결혼식이면 된다.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줄 질문들

1. '결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결혼'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드는 감정이나 생각. 

- 왜 그런 감정이나 생각이 드는지.

- 결혼을 할 사람이 있다면, 

  서로의 어떤 점을 가장 믿어주고 싶은지.  

- 결혼이 서로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2. '결혼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 '나의 결혼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바람. 

- 인상 깊었던 결혼식이 있는지.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 '결혼식'에서 부부가 꼭 지키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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