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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디자이너 Dec 26. 2023

Savor every moment!

하루하루 누리며 사는 삶 = 하루하루 감사하며 사는 삶.


오늘은 미국에서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과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떤 기념적인 날이다


한국에서는 친구와 카페를 가는 것이 일상이다. 

하지만 미국에 온 이상 내게 카페를 가는 건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일이 되었다. 

게다가 나의 모국어가 아닌 제2 언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수다를 좋아하는 내게도

약간의 긴장이 되는 일이 되었다. 


이 친구들은 발레를 다니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미국에서 발레를 하게 될 줄 몰랐고, 

미국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이 발레 친구들일줄 몰랐다. 

그런데 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한 친구가 

"발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하고 물어왔다. 

나의 답을 하기 전에 먼저 그들에게 물어봤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I love Ballet!" 


발레를 사랑한다고 했다. 

발레를 통해 겸손을 배우게 되고

발레를 통해 훈련을 배우게 되고

발레를 통해 아름다움을 배우게 되고 

발레를 통해 기쁨을 배운다고 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사랑해 본 적이 있을까?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해내는 데 신경을 쓰느라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정말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래서 지금 여기서 나의 하던 일을 내려놓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감사해.

저희들이 그렇게 발레를 사랑하는 걸 보니 

나도 무언가를 그렇게 사랑해보고 싶네." 


친구들은 나의 그런 과거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We should savor every moment."라고 말했다. 

그래.. 순간순간을 누리며 살 줄 알아야 행복하겠지..

나는 "savor, 누린다."는 말을 들을 때 

약간의 죄책감을 느껴왔던 것 같다.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을 

누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만 누리는 것은 나쁘고 이기적인 것이라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또한 '비교'에 기반한 생각이었다. 

나도 누리고, 남도 누리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달라질 텐데..


그렇게 삶을 누리는 것에 대한 생각을 품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며 브런치 글을 읽다가 

@청년 클레어 작가님의 글에 공감이 되어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작가님이 내 글보다 더 길게 답글을 해 주셨다. 

그리고 그 답글 중에 참 와닿는 말이 있었다. 


이 '하루'라는 선물에 종종 감격스러워해요.
매일 배달 오는, 하루라는 선물을 만끽하는 행복한 12월 되시고요:) 

그렇다. '누리는 건' 별다른 것이 아니라 

감격스러워하는 것이고, 만끽하는 것이고 

"감사하는 것"이다. 


내가 이 하루를 선물로 여기고 감사할 때 

그 에너지는 나만 행복하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까지 흘러나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잘 누리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잘 누리고, 

내가 지금 하는 취미를 잘 누리고, 

내가 지금 갖는 시간을 잘 누리는 것이 

결국은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인 것이다.


앞으로의 우리 사회도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소확행"이 

소소한 것을 소비하면서 행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똑같은 일상도 선물로 생각하고 

하루하루의 똑같은 사람도 선물로 생각할 줄 아는 사회. 

그리고 그 선물을 남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회. 

나의 시간, 나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남에게 돌려줄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도파민 디톡스를 한다고 한다. 

일상에서 행복과 감사를 찾았던 우리들이 

일상을 벗어난 자극에서만 행복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 

디톡스를 하는 것이다. 

디톡스를 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소소한 것을 선물로 보는 시선을 갖기 위해서도 

훈련이 필요하다. 


이 훈련은 더 갖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버리기 위한 훈련이다. 

이미 가진 사람일수록 버리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가지기 전에 미리미리 연습을 해야겠다. 


우리는 AI와 타협할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 시대는 사실 

하루하루 감사하는 훈련이 필요한 시대이다. 

나의 꽉 진 손을 

조금씩 펼치는 훈련이 필요한 시대이다.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줄 질문들 

1. 나는 내게 주어진 것을 잘 누리고 있는가?

- 내가 생각하는 '누린다'의 개념. 

- 오늘 하루 함께 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달했는가. 

- 오늘 하루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했는가. 


2. 내가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

- 내가 버리면 더 나아질 것을 알지만 버리지 못하는 것. 

- 왜 그 행동, 생각, 습관, 관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가. 

- 잘 버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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