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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디자이너 Dec 25. 2023

오븐을 길들이며 배운 인생

'하자'있는 인생도 괜찮네요.

미국에서는 누구나 베이킹을 한다. 

말 그대로 베이킹의 천국이다. 

그 말은 즉슨 

누구나 오븐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이다. 


나는 다행히도 한국에서부터 베이킹을 즐겨했다. 

특히, 베이킹은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친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선 아무래도 재료나 기구가 

부족해서 항상 아쉬웠다. 


그런데 미국집에는 큰 오븐도 있고, 

마트에 가도 베이킹용 재료가 차고 넘쳐서

베이킹할 맛이 났다.  

무엇보다 베이킹을 많이 해도

맛있게 먹어주는 잘 먹는 가족들이 있어 

더 행복하게 오븐을 열고 닫을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오븐이라고 해도

베이커인 나의 손에 길들여지지 않은 오븐이다 보니 

완전히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일단, 미국은 한국과 다른 단위를 사용한다. 

한국은 섭씨를 쓰지만 미국은 화씨를 쓰고, 

한국은 kg, g, ml를 쓰지만 

미국은 lb, cup, tsp를 주로 많이 쓴다. 

그래서 한국 레시피를 찾으면 

단위를 미국 단위로 다 바꾸어서 계산을 해야 한다.


계산을 해서 베이킹을 해도 나올까 말까 한데 

'좋은 게 좋은 거지'하는 성격을 가진 나에게

당연히 처음부터 완벽한 빵이 나오진 않았다.  

그래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마들렌, 당근케이크, 

블루베리 시폰케이크, 바나나브레드 

등등 여러 가지를 만들었지만

항상 "하자"가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크림으로 가리고, 초콜릿으로 가리고 

사진으로 가리며 어떻게든 모양을 냈다. 

다른 무엇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이 있어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 


베이킹이 한 번에 완벽하게 되었다면 행복했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것이 베이킹이다. 

베이커리를 하시는 분들을 존경하게 되기도 하고..

그리고 실패할 때마다

왜 실패를 했을까? 

예열온도를 바꿔볼까? 틀을 바꿔볼까? 

시간을 바꿔볼까? 재료를 바꿔볼까? 

질문하고 바꿔가는 재미가 있다. 


 

인생도 비슷하다. 

인생이 한 번에 성공하면 재미있을까? 

물론, 재미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에 성공해 버리면 

다음번엔 성공하긴 힘들다. 

이 성공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천천히 가고 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더 감사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성공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실패가 무엇인지? 

내가 바라는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는 

어떤 점을 발전시켜야 하는지? 

어떤 사람에게서 배워야 하는지? 

질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내 주위에는 

느리게 가더라도 

실패를 하더라도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들이 있고,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하자"가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이유. 

그건 바로 그런 "하자"도 수용해 주는 

나의 사람들 덕분 아닐까?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줄 질문들 

1. 내가 길들이고 있는 것? 

- 길들이면서 얻은 교훈이나 깨달음 

- 길들이면서 얻은 사람들 


2. 내 인생의 "하자"?

- 그 "하자"로 인해 오히려 좋은 점. 

- "하자"가 있는 인생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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