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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을 길들이며 배운 인생

'하자'있는 인생도 괜찮네요.

by 시선 디자이너

미국에서는 누구나 베이킹을 한다.

말 그대로 베이킹의 천국이다.

그 말은 즉슨

누구나 오븐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이다.


나는 다행히도 한국에서부터 베이킹을 즐겨했다.

특히, 베이킹은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친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선 아무래도 재료나 기구가

부족해서 항상 아쉬웠다.


그런데 미국집에는 큰 오븐도 있고,

마트에 가도 베이킹용 재료가 차고 넘쳐서

베이킹할 맛이 났다.

무엇보다 베이킹을 많이 해도

맛있게 먹어주는 잘 먹는 가족들이 있어

더 행복하게 오븐을 열고 닫을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오븐이라고 해도

베이커인 나의 손에 길들여지지 않은 오븐이다 보니

완전히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일단, 미국은 한국과 다른 단위를 사용한다.

한국은 섭씨를 쓰지만 미국은 화씨를 쓰고,

한국은 kg, g, ml를 쓰지만

미국은 lb, cup, tsp를 주로 많이 쓴다.

그래서 한국 레시피를 찾으면

단위를 미국 단위로 다 바꾸어서 계산을 해야 한다.


계산을 해서 베이킹을 해도 나올까 말까 한데

'좋은 게 좋은 거지'하는 성격을 가진 나에게

당연히 처음부터 완벽한 빵이 나오진 않았다.

그래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마들렌, 당근케이크,

블루베리 시폰케이크, 바나나브레드

등등 여러 가지를 만들었지만

항상 "하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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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히

크림으로 가리고, 초콜릿으로 가리고

사진으로 가리며 어떻게든 모양을 냈다.

다른 무엇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이 있어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


베이킹이 한 번에 완벽하게 되었다면 행복했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것이 베이킹이다.

베이커리를 하시는 분들을 존경하게 되기도 하고...

그리고 실패할 때마다

왜 실패를 했을까?

예열온도를 바꿔볼까? 틀을 바꿔볼까?

시간을 바꿔볼까? 재료를 바꿔볼까?

질문하고 바꿔가는 재미가 있다.


인생도 비슷하다.

인생이 한 번에 성공하면 재미있을까?

물론, 재미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에 성공해 버리면

다음번엔 성공하긴 힘들다.

이 성공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천천히 가고 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더 감사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성공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실패가 무엇인지?

내가 바라는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는

어떤 점을 발전시켜야 하는지?

어떤 사람에게서 배워야 하는지?

질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내 주위에는

느리게 가더라도

실패를 하더라도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들이 있고,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하자"가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이유.

그건 바로 그런 "하자"도 수용해 주는

나의 사람들 덕분 아닐까?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줄 질문들

1. 내가 길들이고 있는 것?

- 길들이면서 얻은 교훈이나 깨달음

- 길들이면서 얻은 사람들


2. 내 인생의 "하자"?

- 그 "하자"로 인해 오히려 좋은 점.

- "하자"가 있는 인생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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