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으로 이민 후 처음으로 남편과 단 둘이
다른 도시로 여행을 왔다.
바로 시애틀..
한국인도 많고 IT 회사도 많다는 그곳.
남편은 포틀랜드에서 꽤 자주
시애틀 여행을 해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에게 시애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다름 아닌 설렁탕이었다.
전통 설렁탕.
한국에서도 설렁탕집을 찾아가 본 적이 없는 내가
미국에서 설렁탕집을 찾아가게 되다니.
남편은 한국보다
시애틀의 “전통 설렁탕”이 맛있다고
극찬을 했다.
그렇게 약간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통 설렁탕”집의 문을 열었다.
대부분 동양인들이었다.
익숙한 한국어가 들렸다.
그리고 얼굴은 동양인이지만
말은 영어로 하는 분들도 계셨다.
어찌 되었든 괜히 반가웠다.
익숙해서..
그렇게 남편과 자리에 앉았고
한 할머니가 주문을 받으러 오셨다.
할머니는 처음에는 콩글리쉬로 입을 여셨다가
우리가 한국어를 잘하는 것을 보시고
갑자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손녀를 보는 듯한 눈으로 주문을 받아 주셨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더 큰 반가움을 누릴 수 있다니
신기하고 감사했다.
그렇게 나의 첫 시애틀 설렁탕.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전통맛, 진국이었다.
그리고 설렁탕에 빠질 수 없는
깍두기와 김치..
시원하고 아삭하고 달달한 그 맛.
장소는 한국이 아니지만
한국 맛이었다.
그래서 이 전통 설렁탕집을
그렇게도 극찬을 했었나 보다.
(돌아가는 길에 포장까지 해 가기로 했다.^^)
우리는 전통 음식은 그 나라에서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조차 편견일 지도 모른다.
진짜 맛있는 음식은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그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으로 인해
그 맛있음이 배가 된다.
이가네 할머니가
미국의 한국인들에게
지켜주고 싶었던,
기억나게 해주고 싶었던 그 맛.
그 맛은 오히려 한국보다 변화가 느린 미국에서
지켜지고 있었다.
진짜 맛있는 인생.
그건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줄 질문들.
1. 나의 인생 음식은 왜 인생 음식이 되었는가?
- 나에게 인생 음식을 해 주었던 사람에게 감사해 본 적이 있는가.
- 나의 인생 음식은 어떤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졌는가.
2.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맛있는 인생은?
- 그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누가 혹은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가.
- 앞으로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의향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