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난 목적대로 살고 싶네요..
우리는 본인이 생각하는 방식을
스스로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과
사회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다.
우리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지 몇 시간 후에
그것이 옳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자신이 생각하는 도덕적인 삶과,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한 인생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과연 그 도덕적인 삶, 성
공한 인생은 누가 정의하는 것일까?
나는 살면서 이런 심오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남편을 만나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과연 나는 누구의 기준대로 살고 있는가?
미국에 와서 'shame'이라는 단어를 많이 듣게 되었다.
수치심?
한국에서 수치심이라는 단어는
조금 과격하고,
잘 쓰지 않는 표현인데
왜 이 단어를 많이 쓰는 것일까?
알고 보니, 모든 미국사람이
shame에 예민한 것이라기보다는
많은 한국계 미국인 이민 2세 친구들이
honor & shame문화 아래서 살아간다고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동체가 도덕을 정의하고, 성공한 인생을 정의하는 문화를
honor & shame 문화라 하고,
반대로 각 개인이 도덕과 성공한 인생을 정의하는 문화를
guilt & innocence 문화라 한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도덕적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삶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가 물어보면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삶이
도덕적인 삶이라 하고,
좋은 학교, 직장에 들어가고,
좋은 곳에 집을 살 수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 한다.
즉,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공동체가 생각하는
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정의하게 되기 쉽다.
그래서 그 공동체가 인정하는
도덕과 성공을 이루면 그 사람은 'honor'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shame'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이민 2세들이
부모님의 그러한 honor&shame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또, 아시아계 미국인, 소수민족이라는 그 틀 안에서 자신을 생각하고
차별을 받으면서 shame에 예민해지게 된다고 했다.
반대로 미국의 주류 사람들은
guilt & innocence 문화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덕적인 삶은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에 따라 결정이 되고
성공한 인생도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된다.
자기가 정의한 도덕적인 삶, 성공한 삶과
자신의 행동이 맞춰진다면 'innocent'한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guilty'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도 다양하고, 자유로워 보이는가 보다.
나는 내가 honor & shame 문화에 물든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었다.
실제로도 나는 스스로는 shameful 하다고,
수치스럽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남편과 이야기하다 보니 남편이
내가 보기엔 별 것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을
'shame'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몇 번 겪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대화를 하고 나니,
남편이 이민 2세로써 사람들에게 차별을 받아
경계를 많이 하고 예민해진 것도 있었고,
한국인들은 수치스러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남편을 인정하고, 나를 인정하면서
나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honor & shame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인가?
나도 사람들이 만들어 둔 기준에 따라
도덕과 성공을 정의하는 사람인가?
그리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수치스럽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추기까지,
존경을 받기까지 온 힘을 다 쏟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가?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착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 교회누나이자 장녀로 자라왔다.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았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신뢰받고 싶었다.
나도 당신들이 세워 둔 기준을 충분히 넘는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이 혹시나 나를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으로 보면 어떡하지..
하고 두려워했다.
그렇다 나도 shame & honor 문화에 길들여진
학생, 딸, 누나, 사람이었던 것이다.
최근에서야 결혼을 하고 미국에 오면서
나의 새로운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하면서
이제야 남들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물론, guilt & innocent 문화가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결국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에
무조건 나만의 기준을 주장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
그러나 내가 너무 남의 기준에 맞춰 살다가
내 생의 마지막 날
"나는 무엇을 목표로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에
"적당히 사람들 보기에 나쁘지 않은 그런 삶을 잘 살다 간다.."
라는 답을 하게 된다면
좀 슬플 것 같다.
나는 내 생의 마지막 날
"세상이 말하는 대로 살지 않고
본인이 태어난 목적대로 살아내기 위해 노력한 사람"
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