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over)하는 것을 멈추세요.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2024년.
2023년 12월 31일과
2024년 1월 1일은
하루 차이이지만
일 년 차이이기도 하다.
우리는 2024년이 오는 것을 반기면서도
2023년을 떠나보내는 것을 아쉬워한다.
왠지 2024년이 되기 전에
2023년에 끝내지 못한
일, 계획, 인간관계를
잘 마무리해야 할 것만 같다.
자꾸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아직 해치우지 못한 것들이
머릿속에 쌓여간다.
오늘 우연히 보게 된 WSJ (Wall Street Journal) 기사.
이 에세이를 읽으며,
나만 이런 것이 아니구나..
하고 위로를 받았다.
뇌심리학자인 Julia는 말한다.
우리가 매해 첫날이 되면
수많은 지키지 못할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사실 우리의 "신경조절 시스템" 때문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2024년이라는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기대하지만
또 불안해하고, 걱정한다.
그건 우리의 뇌의 "위협에 대한 반응" 부분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우린 다시 평정심을 찾기 위해
그 두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다.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일을 더 많이 하고,
작년 보다 조금 더 '오버'해서 살면
내가 그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오버하는 것'
그 자체가 우리에게
위협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즉, '오버하는 것'은 하나의 자기 방어이다.
자기 방어를 하는 것 자체는 괜찮지지만
문제는 그 자기 방어가
우리를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overfunctioning 하는 사람은
일에 중독이 되고,
overthinking 하는 사람은
문제를 오버해서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2024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이
그 문제의 근원을 직시할 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 2024년을 앞두고 스스로가
overachieve 하거나
overthink 하려는 태세를 취하고 있다면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자.
나에게 잠시 집중하자.
내가 오버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남들을 실망시킬까 봐?
나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할까 봐?
내 인생이 실패한 인생으로 보일까 봐?
내가 아무 계획도 없는 인간으로 보일까 봐?
우리는 남의 거절, 비난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아무리 나를 인정해 주려고 하더라도
만약 내가 그 인정을 거부하면
결국 나는 계속해서 인정을 구하지만
인정을 받지는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2024년에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하는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도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와 같이 2024년을 앞두고
오버하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 번 나 자신을, 나의 신경계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오버를 하게 되는 이유는
내가 하는 일, 생각에 경계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좋지만 경계도 같이 세우자.
그리고 경계를 넘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항상 나의 온 힘을 다해 일을 해 온 사람은
그 경계 안에 나를 두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다.
내가 지어놓은 경계에서 더 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이 위험에 빠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나도 안다.
주어진 일만 하는 건 너무 지루하단 걸.
그렇지만 나 스스로 세운 경계가
주어진 일만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 있는
안전벨트를 채워주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가능성을 맘껏 발휘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성장하면
아무 방향이나 의도가 없이 성장만 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몸과 마음이 닳아져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두려움에 세운 경계 없는 계획들로 인해
성장했지만 불안한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2024년에는 우리를 조금 더 알아주자.
의도적으로 우리의 마음에 관심을 가져주자.
그런 의도적인 관심은
일기로 시작될 수도 있고,
기도로 시작될 수도 있고,
독서로 시작될 수도 있고,
뇌나 심리에 대한 공부로 시작될 수도 있다.
2024년에도 수많은 새로운 일들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다만 2024년이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오버하지 말자.
조금은 늦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의도적으로 천천히, 봐야 할 것을 보면서 지내보자.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줄 질문들
1. 나는 'overachiver(과로해서라도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인가?
- 왜 나는 과로해서라도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가.
- 그렇게 과로하지 않으면 나는 어떤 위험에 처할 것 같은가.
- 과로하지 않아도 나를 두려움/조급함을 극복할 나만의 방법이 있는가.
2. 나의 2024년 계획과 그 계획의 경계는?
- 나는 2024년에 어떤 계획을 세웠는가.
- 그 계획과 함께 경계도 세웠는가.
- 내가 꼭 엄청난 성장을 하지 않아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생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