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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May 27. 2024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

[잡담술집] 4화

젝스는 다시 그의 앞으로 돌아와 물었다.

"그래서 본인이 좋아하는 건 찾았나요?"

"지금도 찾아가는 중이에요. 과정이 생각보다 재밌어서 보채지 않으려고요."


그는 입술에 가까이 댔던 잔을 꺾지 않은 채 내려놓고 젝스에게 물었다.

"아까 고독을 통해 만든 저만의 매력이 있냐고 물었었죠?"

젝스는 닦여진 잔들을 수납장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란색 잔은 첫 번째 진열대로, 각진 나무 잔은 세 번째 진열대로 넣었다.

"본인과 친구가 되었다는 거예요."


그는 수납장 문을 닫는 젝스의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매력의 뜻이 뭔지 아나요?"

젝스는 그녀에게 주었을 과자를 그에게 건네며 대답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 이죠."

"맞아요. 본인과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되었어요. 아마 고독이 없었다면 얻을 수 없었겠죠."


젝스는 얼음이 녹은 플라스틱 잔을 들어 남은 위스키를 모두 털어 마셨다.

"역시, 술은 미지근할 때가 가장 맛있군요. 풍미가 그대로 느껴져요."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젝스는 구석에 박혀있던 위스키를 꺼내 린넨으로 겉면을 문질렀다. 이미 잘 닦여진 투명색 유리병에는 노란색 위스키가 반 정도 차 있었다.


젝스는 플라스틱 잔에 위스키를 부으며 말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도저도 아닌 온도일 때 사람은 고독을 느끼고 본인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죠. 다시 말해, 고독을 통해 자신의 풍미를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젝스는 잔을 들어 그에게 건배하는 시늉을 했다.

"피드윌은 본인과 친구가 되면서 자신만의 풍미를 만들었군요."


"그런데 젝스,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에요? 취하면 어쩌려고요."

"괜찮아요. 원래 인생은 약간 미쳐야 행복하다잖아요."

그들은 동시에 소리 내어 웃었다. 그는 받침대 위로 잔을 내려놓고 자세를 고쳤다. 젝스에게 던질 질문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젝스, 아까 고독의 세 면을 모두 합쳤을 때 상상 이상의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어떤 걸 발견한다는 말인가요?"

"말 그대로 세 면이 모두 단계별로 실현되고 나서의 무언가를 의미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젝스는 습관처럼 짧게 난 턱수염을 만졌다.

"먼저 외로움을 온전히 느꼈을 때 사람은 깊은 사색을 할 수 있게 돼요. 그 고독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매력을 만드는 거고요. 그러고 나서, 자신만의 시간과 매력을 사랑하게 되면 '깊이 생각하며 읽음'이 가능해지죠. 이 과정을 모두 거쳤을 때 본인만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얻게 된다는 말이었어요."


그는 다리를 포개 앉고 발 끝을 까딱였다.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결국 자신만이 발견할 수 있는 고독의 네 번째 면이 있다는 거네요. 젝스는 네 번째 면을 발견했나요?"

"아니요. 마지막 단계에서 정채 중이에요. 아직은 고독을 다루는 게 어려워서요."

"모두가 그렇죠. 저도 고독을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으니까요."


젝스는 초콜릿 두 개를 그의 앞으로 건네며 말했다.

"그럴 때면 여기로 놀러 오세요. 말동무는 언제든 가능하니까요."

"하하, 든든하네요."

그는 젝스가 건넨 초콜릿 포장지를 뜯었다. 은은하게 감도는 캐러멜 향이 그의 코를 자극했다.


'고독'

 자신이 얻게 될 고독의 네 번째 면은 과연 어떤 향일까, 하고 그는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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