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길을 걷다,
방황하는 바람을 보았다.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불고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었다.
자신조차 자신의 길을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렇게 바람은 한참을 방황했다.
***
어느 날 길을 걷다,
바닥에 핀 민들레를 보았다.
민들레는 불어오는 바람에
오른쪽으로 꺾였다 왼쪽으로 꺾이고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꺾였다.
민들레는 바람에 부딪혀 한동안 이리저리 꺾였다.
***
어느새 사라진 바람.
나는 다시 민들레를 보았다.
민들레는 올곧게 위로 뻗어 있었다.
오른쪽으로만 부는 바람을 만났다면
민들레는 오른쪽으로만,
왼쪽으로만 부는 바람을 만났다면
민들레는 왼쪽으로만 꺾였을 거다.
민들레는 사방으로 부는 바람을 만나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위로 올곧게 뻗을 수 있었다.
방황쟁이는 몰랐을 거다.
자신의 바람이, 자신의 방황이
민들레를 되레 올곧게 했을 줄은.
방황쟁이는 몰랐을 거다.
자신의 방황이, 자신의 혼란이
되레 자신의 마음을 올곧게 했을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