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얼굴을 가진 쿠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나라의 택배로 인한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해외에 살아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거나 하면 그 온도차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최근 읽은 글에서 독일은 택배를 옆집에 그냥 맡기고 가거나 엉뚱한 데에 맡기고 가는 일이 부기 지수라고 읽었다. 실제 겪어본 바는 아니나, 독일에 사는 한국인의 말이니 그냥 없는 말은 아니리라.
글의 내용이 상당히 길어 시간이 없는 분들은 아래 선으로 나뉜 부분은 뛰어넘어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쿠팡의 상당한 팬이다. 타 회사들보다 신속한 배달과, 친절한 서비스를 직접 느껴 가장 자주 사용한 업체가 바로 쿠팡이다. 하루는 청소용으로 스티로폼과 수세미를 샀는데 그것조차 진공 에어팩을 함께 넣어 박스에 포장을 해 보내왔기에 신선한 충격을 먹었다.
쿠팡맨에 대한 투자는 어떤가? 여러 가지 미디어에서 칭하길, 노동의 가치를 알아주고 노동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우를 실현하는 쿠팡에 대한 칭찬이 쏟아져 나왔다. 쿠팡맨을 정직원으로 고용하고 "직원이 행복해야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나온다"라는 내용에 걸맞게 고차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추구해왔다. 최근 1만 원 시급을 주기 시작한 몇몇 업체들과 그 방향성이 같았으며 오히려 최근의 트렌드보다 빨리 시도를 해 선두주자의 이미지를 톡톡히 가져갔다.
하지만 실제 매출에서의 성장이나 시장 장악력 등은 투자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걸까.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잡음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기사들을 통해, 쿠팡의 행보가 마케팅용이었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능력이 없다! 는 소리가 들려온다. 슬프기 그지없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 쿠팡의 얘기를 들어봐야 알겠으나 최근 제기되는 여러 의문들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어떤 고객은 "쿠팡을 사용하기 꺼려진다"라는 인식까지 하기 시작했으니 이쯤이면 가만히 있는 게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줬다 뺐는 그런 모습이랄까. 이 이미지로 인해 오히려 가만히 있던 타 업체들의 이미지가 평균을 유지할 때, 쿠팡은 평균 이하로 떨어진 느낌이다.
우리는 고객만족을 실현해 성공을 한 케이스를 다양하게 겪어왔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전달하는 고객 만족감은 해당 서비스/사업을 성공하는데 디딤돌이 되었고, 쿠팡도 이와 같은 꿈을 이룰 것이라 바라왔다. 적어도 많은 일반 손님들조차 응원을 하며 로망의 현실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결과론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아래와 같은 항목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1. 서비스의 차이가 제품 만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님
2. 서비스보다 가격의 중요성이 더 큰 분야임
결과론적인 접근일지 모르나, 택배의 경우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고 해도 물건에서의 만족감이 있어야 함이 바로 제 1 요소이다. 서비스는 좋고 물건 자체가 좋지 않으면 그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에 대한 이미지가 좋게 생길 리 만무하다. 그럼 쿠팡과 다른 업체들 간의 퀄리티 차이가 있을까? 직접 제공하는 일정량의 물품을 제외하고는 퀄리티의 차이를 느낄요소가 없다.
티몬에서 시키나 쿠팡에서 시키나 내가 시킨 아이템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 맛은 똑같은데, 내가 직접 가져가서 먹으나, 남이 갖다 주나 맛 자체에서의 만족도는 별 차이가 없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제품을 시켜봤다. 5주 걸렸다. 까먹고 있을 때쯤 짜잔~ 하고 서프라이즈 하게 나타난 그 제품을 사용하고 실망을 많이 했다. 이유는 배달에 5주가 걸렸기 때문이 아니라, 제품의 퀄리티 때문이었다.
SNS 등을 통해 쿠팡맨의 좋은 사례는 상당히 퍼져나가 마케팅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데 내가 실제 물품을 살 때는? 쿠팡에 들어가서 사는 사람보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해서 오픈마켓 중 저렴한 곳에서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백번 양보해서 같은 가격이면 쿠팡에서 주문한다고 치자, 가격이 다른 곳이 있고 10원이라도 더 싸다면? 큰 생각 없이 최저가를 파는 곳으로 가지 좋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에 굳이 가지는 않는다.
현재까지의 좋지 않은 뉴스들을 베이스로 본다면, 쿠팡의 이전의 행보는 온전히 마케팅을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류시스템을 개선하고,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큰 목적보다는 시장점유율 확대가 그 목표였던 걸로 보인다.
그럼 이제 우리의 배신감과 분노를 쿠팡에 쏟아낼 차례인가?
이런 시나리오를 보자.
최초의 목적이 시장 경쟁력 향상이었고 그를 위한 수단으로 사람들이 좋아하고 홍보 거리가 되면서도 정의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어 이를 선택하고 몇 년간 잘 활용해 Win-Win케이스를 그려왔다. 그러나 현재는 기업 수익 약화 등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어 이를 지킬 수 없게 되어 결국 유지를 할 수 없게 되어 최초의 기획과 방향성을 수정한다. 당장 망할 수는 없으니까. 그럼 그동안의 선의와 행동에 대해 칭찬하고 더 이상 지속할 여력이 없음에 안타까움을 더하는 것 이외에 질책과 비난만이 그들의 몫일까? 조금은 더 노동이 인정받고 올바른 방향을 추가함에 있어 전체 사회를 볼 때 긍정적인 결과에 덧셈이 된 건 아닐까?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히 밝혀지고 결론 내려지지 않아 이를 고려하기 힘들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있지만 여전히, 신선하고 올바른 시도를 함에 있어서의 그들의 도전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쿠팡이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택배문화는, 그들의 노동은, 이 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공감력은 이렇게나 높아질 수 있었을까?
나는 원래 택배는 내일 당장 와야 하는 줄 알았다. 무거운 생수통을 들고 문 앞까지 가져가 줘야만 하는 줄 알았다. 큰 가격을 지불하지도 않고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때까진 그랬다. 그들의 상황과 불합리한 항목에 대해선 눈을 가리고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 물품이 내 근처로 배송된 것이 확인될 때 하염없이 신이 났다. 나에겐 좋았으니까.
그들을 향한 논란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잘못한 게 없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잘못과 별개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 올바른 방향을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성에 대해 크게 감동했으며, 이런 상황이 오게 된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감정이다.
그들의 시도는 선의에서 나온 시장개혁의 도전이었을까, 성공을 위한 기만이었을까. 그들이 추구했던, 적어도 추구하는 걸로 보였던 그 모습들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구현할 수 없는 다리 넘어의 풍경에 불과했을까. 앞으로 더 이상 이와 같은 시도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걱정이 먼저 앞서 현재의 상황에 아쉬움을 포함한 탄식만이 더해진다.
바라건대, 의혹이 있다면 이에 대해 해명하고, 기존 계획이 무리라면 수정을 해 가능한 최대한의 방안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말 바꾸는 것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못해 속이는 순간부터 더 나빠질 수 있다. 인정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기만이 아닌 선의였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