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hi

by seetoday

인사말이 주는 힘.


ISTJ인 나에겐 누군가가 건네는 한마디가 '누구냐'인 것도 중요하고, '무슨 말'이냐도 중요하고, '왜'도 중요하다. 이게 ISTJ라는 범주로 합리화할 수 있는진 사실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는 건 '누구'가 나에게 '편한'상대가 아닌 이상 불편함이 90% 이상이었고, 건네는 말마다 정말 나의 안부를 묻는 게 맞는지 생각을 하게끔 하였다. 이건 뭐 그 사람의 잘못이라기 보단 내가 갖고 있는 사고의 프로세스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정말 쉽게 불편함을 선택하는 편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럼에도, 인사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제법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에게 편한 사람이 아니어도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건 아줌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건넬 수 있는 말 한마디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 기회가 아직 나에게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해 보기로 하였다. 어쩌면 건넬 수 있는 말 한마디가 없는 날이 올 수 있고, 그런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은 관계들이 나의 일상에 더 많아질 수도 있을 테니.



안녕.

밥은 먹었니.

잠은 잘 잤니.



건네는 말 한마디가 갖고 있는 힘은, 누군가로부터 부담스럽고 불편함을 선물하기보단 '안녕하니?", "잘 지내고 있지?"가 더 맞았던 게 아닐까. 세상이 많이 변화하면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스스로 나타내기 위해 애쓰면서도 타인이 본인에게 가져주는 관심에 대한 욕구와 동시에 불편감을 갖고 있다.


이 아줌마 또 무슨 말을 이렇게 복잡하게 하나 싶겠지만.


나는 sns를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를 보여주려고 애쓴다.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사진을 남기고 그 사진을 올린다.

그것으로 타인에게 '나의 취향은 위와 같습니다' 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그리고 '나의 일상은 이렇게 안녕하답니다' 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그렇지만 동시에 누군가가 나에게 '너 얼마 전에 oo 다녀왔더라?'라고 말을 건네면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내가 올린 사진과 글이어도, 내 일상에 대해 타인이 '지나친'관심을 갖는다고 여기기 때문. 이게 정말 이상스러운 심리이지 않을까 싶다.



난 누군가로부터 안녕하고 있음을 알리고 싶으면서도,

누군가의 안녕이 거북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철저하게 혼자 남고 싶으면서도

처절하게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리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달까.


내가 쓴 글의 일부를 캡처해서 보내는 타인에게 불편감을 느낄 거면 애초에 공개로 올리질 말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글을 연달아 적고 있는 나를 보며, 어쩌면 내가 발견해야 하는 건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모든 과정 안에 내가 스스로 해석하는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그 부분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요즘 하는 생각과, 그 생각을 풀어내는 방법, 그리고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해석하는 방식. 그 부분을 하나씩 발견할 수 있다면 어쩌면 스스로 불편감을 줄일 수 있는 강한 능력(?)을 얻게 될 수 있진 않을까.


그렇게 긴 글로, 오늘의 나 스스로에게 안녕을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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