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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우정 Apr 21. 2020

12화 애드 아스트라

*애드 아스트라(Ad Astra) : 일론 머스크 1세가 세운 비공식 학교 이름.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별을 향해”라는 뜻.



올해로 지구발 77번째 바이러스가 또 확산되어 온 도시가 방역에 한창이다. 이곳 인공위성계에도 늘 그렇듯 테슬라인이 뿅-하고 나타나서 방역 사항을 검사했다. 볼 때마다 신기하다. 어떻게 열역학적 시간의 방향성을 거스르고 물질 전송이 가능한 건지... 말만 방역이지 또 저번처럼 정치 무뢰배가 은신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감시하는 목적일 테다. 블랙리스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할 거 없이 일단 단속이 뜨면 굽신댈 수밖에...


“이 단체는 뭡니까?”

 투숙객 명단 중 ‘리얼 로맨티스트’라는 단체를 발견하고 테슬라 검역관이 물었다.

“아, 그거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지구가 타원형이라고 믿는 음모론 단체인데 지금 방역 때문에 103명이 각각 10팀으로 나뉘어 회의하고 그 10팀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2m씩 떨어져서 비말과 바이러스가 튀지 않게 하는 100년도 더 지난 고전적 방역 대책을 말한다.

“영상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아무렴. 나는 두 손을 곱게 모으고 공손히 서 있었었다.

“베르길리우스? 이 자는 지구 탐험가네요?”

“요즘은 소행성계보다 그쪽을 탐험하는 사람이 더 늘었어요. 대부분 지구 출신이 아니죠. 일종의 똥 마니아랄까.”

 테슬라 검역관의 눈썹 한쪽이 거슬린 듯 올라갔다. 그는 한 5분을 데이터를 홀로그램으로 슉슉 훑더니 베르길리우스의 신상을 테슬라 시계에 복사했다. 털어봐라. 먼지 한 톨 나오나.

“그럼 다시 오겠습니다. 얼마 안 걸릴 겁니다. 수상한 사람 좀 받지 마세요.”

 나는 눼눼, 하려던 걸 꾹 참고 공손히 손을 모으고 인사를 했다. 베르길리우스는 수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상한 사람이지. 지구가 타원형이라고 주장하는 음모론 단체보다 더 이상했다. 고대 지구 역사와 중세 지구 역사에 빠삭한 자인데 무슨 말을 해도 대체 역사 수준의 역사 시나리오를 장광설로 뿜어대는 자였다. 어쩌면 음모론의 최고봉이자 1급 보안 사항으로 관리되는 자생론 신봉자일지도 몰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구 탐험은 대단히 위험한 일로 간주되고 비권장하는 형편이니까.    


언젠가 바텐더 로봇이 망가진 바람에 고치는 한 시간 동안 중세 영국식 홍차를 자연식으로 따라주며 그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는 200년이 된 종이책을 갖고 있다고 했다. 고대 문학을 중세어로 번역한 중세 문학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아마 일론 머스크 1세가 특히 좋아했던 <아이네이스>였을 것이다. 여기 나온 시구인 “별을 향해”라는 말을 따서 비공식 교육 기관인 ‘애드 아스트라(Ad Astra)’를 만들지 않았는가. 단지 내가 아는 건 그뿐이고 베르길리우스는 대단히 그 책과 당시의 역사, 그 역사의 앞뒤로 팍스 아메리카나가 형성된 과정에 심취해 있는 듯했다.

“그러니까 진정한 팍스 아메리카나의 도래 전에 마지막 진검 승부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었죠. 그게 총과 칼, 미사일과 핵으로 싸운 전쟁은 아니었지만 전조였습니다. 전쟁의 전조. 그때 코로나 19가 터지지 않았다면 중국이 패권을 쥐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미래도 불투명했겠죠. 어쨌든 일론 머스크는 친미였으니까요.”

“확실히 친미였죠.”

“맞아요, 그가 만든 제국의 설계도 그 시기에 그려졌지요. 멋지고도 무서운 일이에요. 그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살아남은 사람도 저기 문어발 돔 시티에 갇혀 살지 누가 알았겠어요? 또 1세에서만 끝날 줄 알았던 그 번영과 설계가 ‘애드 아스트라’를 통해 계속되었죠. 세습이죠. 세습이었던 거죠. 생각하는 방식을 전환하고 그 전환된 사고 체계를 세습했던 거예요. 그들만의 방식으로... 인류사에서 다행이나 참으로 무서운 일이죠.”

 나는 그가 뭐라고 하는지 통 몰랐다. 그러나 잠시 거들어 주었다.

“애드 아스트라가 없었다면 화성을 시작으로 온통 밤 같은 우주에 투신한 사람도 없었을 걸요? 그들이 있어서 우리가 있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저는 지구를 단지 지질이나 지질 현상, 환경과 자연만을 탐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가 숨긴 역사도 추적하는 중이죠. 일론 머스크는 모두가 알다시피 실패에 관대했어요. 두려워하지 않았죠. 오히려 권장했죠. 그래서 충분한 실패 위에 성공을 만들어냈죠. 그게 화성 이주고요. 그러던 게 쾅! 폭발하던 시기가 있었죠. 그 애드 아스트라 프로젝트 도중에 말이죠.”

“그건 음모론이에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음모론은 일론 머스크 1세 이전에 아니 그보다 훨씬 전인 냉전 시대의 소비에트 연방에서도 있었답니다. 우주 개척의 시발점이 된 유리 가가린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이, 어이, 저희 이야기는 도청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예전에 여기 1급 정치 무뢰배 스파이가 한 달 동안 숨어 사는 바람에 지금 이 공간이 블랙리스트가 되었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그런 장광설은 러버한테나 하라고. 나는 매우 피곤해졌다.


지구는 어느 창문으로 보아도 어느 각도로 보아도 완벽한 구형이다. 시신경이 ‘리얼 로맨티스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굴절되어 있으며 양자 역학에 따라 내 눈 앞에 것이 진짜 그 모습이 아니라 해도 어쩌겠는가? 나 같은 2류미나티, 아니 4제국 대학 출신과 그 계층은 눈 앞에 보이는 것을 사실로 여기며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또 다른 사실이 사실로 밝혀질 때에야 사실 관계를 갱신하며 살아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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