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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우정 May 07. 2020

13화 Occupy Mars

"X Æ A-12 Musk" - <일론 머스크 1세의 트윗> 중에서


화성에 인간을 처음 쏘아 올린 건 일론 머스크 1세 때의 일이지만 화성 이주가 본격적으로 실현된 건 일론 머스크 2세 때부터이다. 영토를 확장하는 정복왕 다음에 전성기를 구가하는 진정한 왕이 등장하는 것과 같달까. 2세가 태어나자마자 얻게 된 이름은 "X Æ A-12 Musk"였다. 마치 로켓의 이름을 연상케 하는 이 이름으로 일론 머스크 1세의 8명의 자손 중에서 6번째로 그는 태어났다.


2세가 처음부터 큰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승계는 출생순이 아니었기에 비공식 교육기관인 애드 아스트라에서의 평가와 테슬라, 스페이스X, 보어링 컴퍼니 등 5개의 회사의 필드에서 현장 검증이 이루어졌고 종합적인 성과와 잠재력을 추산하여 비등했던 셋째를 제치고 일론 머스크 2세가 되었다. 2세의 어머니는 그라임즈라는 당대 비주류 음악 아티스트였는데 비주류였음에도 정치가, 사상가와 설계자, 공학자와 과학자, 예술가와 지식인, 그리고 경영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고 한다. 잠재력 파트에서는 오히려 어머니를 닮은 2세였다.


X Æ A-12 Musk는 확실히 보배였다. 그가 태어났을 때는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그의 탄생 사진을 대서특필하여 실었다. 그와 그의 아버지 일론 머스크 1세가 함께 찍힌 그 첫 번째 사진에서 1세가 입고 있던 검은 티셔츠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하얀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Occupy Mars"


그 문구는 출생순으로는 6번째, 애드 아스트라 졸업까지 십수 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2세였지만 어떤 계시, 어떤 방향성, 어떤 시적인 신성 같은 걸 부여했다. 실제로 2세가 했던 사업 중 가장 큰 업적이 '화성 이주'였다. 피는 못 속인다.


"당신이랑 똑같은 거 아닌가요?"

엠마가 일지를 엿보고는 말을 걸었다. 가끔 이럴 때면 러버 따위 꺼버리고 싶다. 그러면 다시 켜도 삐져서 3일간 얼굴도 못 볼 테지... 머릿속에 하얀 별이 반짝하고 올라올 때 그 별을 물고기 낚듯이 촥 낚아서 풀어써야 하는데 엠마는 꼭 이럴 때 들어와서 먹구름 칠하듯이 내 머릿속을 다시금 까맣게 만들었다. 나는 역사서를 쓸 기세였다가 이내 포기하고 엠마의 말에 대꾸를 해주었다.

"영토에 대한 본능이지. 지배욕이기도 하고. 그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야. 그게 유독 강했고 결국 자기만의 제국을 만드는데 성공한 게지."

"1세보다 전 2세가 더 무서운 걸요?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죽은 땅으로 갈 생각을 다 했을까?"

"약간 황무지 매니아 같은 거랄까. 여자 취향도 좀 그랬어. 그게 또 애비 닮아서."

"오, 그래도 저는 그라임즈의 음악은 좋더라고요. 지금 들어도 세련되었는 걸. 우주적이죠?"

"그렇지, 우주 표준이지."

"그런데 실황에서 가창력은 그닥이었다고 그러네요."

"뭐, 이젠 그런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Occupy Mars. 무서운 문구다. 하지만 이 문구가 문명을 만들었다. 화성 이주의 캐치 프래이즈는 이랬다.


"죽은 땅을 산 땅으로!"


죽은 땅을 살리라 하시니 그리 되었다. 대단한 역사다. 그 역사 이면에는, 저 지구와 화성의 땅, 그 밑에는 너무나 많은 뼈들이 죽지도 못하고 있다. 덜거덕, 거리면서 공전을 한다. 빌어먹을 태양. 갑자기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인공식으로 꿈을 꾸기 위해 세팅을 했다. 내가 살지 않았던 시절의 바다를 볼 예정이다. 땅도 없는 푸른 바다, 지구의 첫 시작을 꿈을 꿀 것이다. 깨고 나면 좀 개운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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