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일 중 가장 나쁜 짓

오랜만에 교육이 있어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같이 다녀온 동기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살면서 한 일 중 가장 나쁜 짓은 뭐냐고. "어릴 때 유치원이랑 집에 같은 블록놀이 장난감이 있었는데 집에 있는 세트에서 한 조각이 없어진 거야. 그래서 유치원에서 그 조각을 몰래 가져온 적이 있어" 한참을 고민하기에 뭐 대단한 나쁜 짓을 했나 싶던 차에 유치원에서 블록 하나 가져왔다니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애기가 유치원에서 몰래 블록 조각을 가져올 생각을 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불편하더라 그래서 다음 날 제자리에 갖다 놨어" 일단 블록을 가져오긴 했지만 집에 말도 못 하고 전전긍긍했을 그 동기의 어린 모습을 상상하며 다시금 한참 웃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살면서 한 일 중 가장 나쁜 짓이라니, 나에게 숨기는 게 있거나 되게 심심하게 살아온 놈이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누구나 살면서 켕기는 짓을 하긴 하는 모양입니다. 여러분은 살면서 한 일 중 가장 나쁜 짓이 무엇인가요? 다 지나간 일이라 이젠 웃으며 털어놓을 수도 있고, 아직까지 너무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마음에 선뜻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내가 살면서 해본 가장 나쁜 짓은 기쁨이를 좋아하게 된 일입니다. 그와 처음 데이트하는 날 나는 무척 기뻤습니다. 그 사람과 같은 시간과 장소,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그렇게 설렐 수 없었습니다. 잠시나마 그가 나의 사람인 것 같다는 착각을 하는 동안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 무슨 수를 써도 상기한 동기의 일화 속 아이에 불과할 뿐입니다. 유아기적이고 자기중심적 사고로 무장하여 기쁨이를 잠시 내 곁으로 데려오기만 하면 그가 나의 사람이 된 것인 양 느끼는. 하지만 좀 더 어른이 된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물며 유치원생도 자기 게 아닌 걸 가져오면 부끄러운 줄 알고 돌려놓는데, 어른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것을 탐하여 가져와놓고 발뺌하며 사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정상적인 사고와 사랑을 할 줄 아는 어른이라면 말이죠.


내 동기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그 잘못을 바로잡는 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나름 머리 굵었다고 떠들어대는 나는 얼마나 걸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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