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그를 기다린 날

왁자지껄 사람들이 얘기하며 지나가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는 것 같고 생각보다 잘 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전날 밤, 아니 오늘 새벽까지 기쁨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잠들어버렸습니다. 그땐 모르고 있었는데 얘기를 더 하지 못해 꽤나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일어나서도 전날의 대화가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난 날이 많진 않은데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아 더 뒹굴거릴까도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가야 할 곳이 있어 주섬주섬 짐을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 기쁨이는 어제 어떤 일로 잠이 깨어 오늘 새벽까지 못 자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잠들었을까, 궁금했지만 괜히 물어봤다 곤히 자는 그를 깨울까 걱정스런 마음에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오후 일정에 가 있는 내내 어제 기쁨이가 얘기해 줬던 것들을 알아봤습니다. 우선 같이 보러 가자고 해준 곳을 블로그와 유튜브로 검색해 보며 어떤 느낌일지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직접 가봐야 그 느낌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우리나라가 아닌 곳도 있어서 왕복 항공권 가격도 알아봤습니다. 예상보다 많이 저렴하여 이거 계획만 좀 하면 이른 시일 내에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예정되어 있다는 일정에 대해서도 검색해 봤습니다. 그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봤는데 나에겐 꽤나 응원하기 어려울 일정일 것입니다.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말을 진심으로 하기 위해 많은 용기와 결심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오후 일정도 얼추 마무리되고 저녁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아침에 잠들었다 해도 얼추 일어났을 것 같은 시간인데 아직 말이 없는 걸 보니 좀 의아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일어났냐고, 어제 잠 못 자서 힘들었을 텐데 아침에는 좀 잤냐고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연락이 없는 게 쉬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이유- 예컨대 누군가와 같이 있다든지- 가 있을 것 같아 내가 그를 난처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늦은 밤까지도 울리지 않는 빈 메신저 화면을 계속 들여다봤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 전날 느꼈던 안타깝고 무력한 마음을 담은 일기를 썼습니다. 누군가는 보라고 올리는 거지만 특정인을 콕 집어 보라고 올리는 건 아닙니다. 일기에 담긴 내용은 그저 내가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기록된 것입니다.


잠들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나는 그로부터 소식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도 오늘 하루 어땠냐고, 혹시 집에서 쉬는 거 말고 다른 거 한 거 있냐고, 아님 나중에 같이 해보고 싶은 거 더 있냐고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혹여나 간신히 잠들었는데 내가 그의 소중한 숙면을 망칠까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휴대폰 대신 노트북을 들어 일지를 썼습니다. 그를 원망하거나 탓하기보다는 그저 그의 하루가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종일 기다린 하루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살면서 한 일 중 가장 나쁜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