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일상에서 일상으로

ENA의 연애 예능 <나는솔로> 16기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기에 나도 봤습니다. 수많은 연애 예능이 뜨고 지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16기까지 이어온 프로그램답게 개성 있고 사연 많은- 파란만장한 건 아닙니다 말조심- 출연자들이 나왔더군요. 특히 이번에는 결혼-이혼 경력이 있는 출연자들만으로 구성된 이른바 '돌싱특집'으로 미혼 참가자들이 출연한 다른 기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먼저 애청 중이었던 팀 동료의 표현을 빌리자면 '도파민이 폭발하는' 듯한 상황도 여럿 있었구요.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한 여성 출연자가 속마음 인터뷰 중 '누구나 솔로나라에서는 아기가 된다'라고 털어놓은 장면이었습니다. 다들 밖에서 번듯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가정도 챙기며 반복되는 일상을 성실히 살아가지만, 솔로나라에 입소해서는 다들 본인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해져 마치 아기 같다는 말이었지요.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시간과 공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때때로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과 조금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겠죠. 이는 일반적인, 혹은 일상적인 결정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익숙한 곳에서 익숙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걸 평소와 같은 하루, 일과, 일상이라고들 하죠. 그리고 어쩌다 변화를 겪더라도 곧 전에 속했던 삶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도전하며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너랑 같이 있으면 현실이 아닌 공간에 있는 기분이야" 기쁨이가 문득 내게 말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때에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알게 되어서 그런 걸까. 그의 말은 내가 그에게 일상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에게 나는 우연히 마주한 예외적인 상황- 탈일상이라 하겠습니다-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건 그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함축한 말일까요? 여기까진 무리한 추측인 것 같아 다음에 만나면 맞는지 물어보려고 합니다.


아무튼 나도 상기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그 역시 나에게는 변칙적인 선택의 결과, 우연, 탈일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런데 일상을 전개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쁨이가 일상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탈일상에서 경험하는 찰나의 설렘과 떨림을 일상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면.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봐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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