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참을 수 없는 관계의 모호함 Sep 16. 2023
나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합니다. 쉬는 날에는 종종 영화관에 혼자 가서 최신 상영작을 보기도 하고, 올해 초에는 제대로 즐겨봐야겠다 싶어 영화예술 관련 서적을 읽으며 고전영화들도- 여담이지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정말 재밌습니다- 시간 되는 대로 찾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매니아라든지 애호가 수준은 아니기에 뚜렷한 선호는 없습니다. 공포영화 빼고는 다 보는 것 같네요.
박보영, 김영광 주연의 첫사랑 영화 <너의 결혼식>은 다음과 같은 대사로 시작합니다. "내 인생은 불가능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불가능이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 사실과 의견은 다릅니다. 하지만 그걸 의식하지 않고 있다 보면 다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운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과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어렵다는 '의견'은 외견상 비슷해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학부 시절 수강신청을 예로 들어볼까요?
모든 학생들이 앞다투어 듣고 싶어 하는 교양수업을 신청해서 수강하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번 학기 신입생으로 들어와 수강신청을 잘하는 요령이 없다면 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 교양강좌로 양궁 국가대표 기보배 선수가 진행하는 양궁 수업이 열린 게 화제가 되었었죠. 내가 신입생이라면 기보배 선수의 수업을 너무나 듣고 싶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불변의 사실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할 뿐입니다.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수강신청 요령을 익히고 계속 연습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그 수업을 듣고 싶다면 교수님께 그런 사정을 담은 메일을 진심을 담아 써서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는 일 아닌가요?
나는 기쁨이와 계속 알고 지내는 일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이 역시도 상기한 대로 사실이 아니라 의견에 불과할 뿐이라면 그 전제에 기반한 일련의 추론과 결론 역시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가 내가 하려는 일에 매력을 느끼고, 하고자 하는 일에 기꺼이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고, 마음을 제법 나눌 대상이 있으면 싶을 때 어쩌면 나를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울러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생각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거니까요. 그러니 벌써부터 섣불리 단정 짓지는 않으려 합니다.
영화 <맘마미아!>를 보길 권했던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