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헤어짐의 시작

1년 차 신임 시절 같은 부서 친한 직원이 정기 인사철에 전출을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워낙 인사이동이 잦아 이런 일은 예사로 일어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가까이 지내던 직원과 멀어지는 일이 처음이라 괜스레 마음이 울적해지더군요. 그 직원이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날 저녁, 부서 단톡방에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가 올라오고 우리도 다들 따뜻하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그때 시간도 제법 늦어 감성이 촉촉해지더니 나도 모르게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지금 비록 잠시 멀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볼 날이 꼭 있을 것이라'며 인사를 남겼습니다. '잘 가 고생했다', '조심히 가고 잘 지내'라며 다소 담백하게 보낸 다른 직원들과 달리 진심을 듬뿍 담은 표현이지요?


그런데 다음날 출근해 보니 다른 직원들이 내 인사가 너무 애절해서 퇴직하는 사람한테 남기는 줄 알았다며 짓궂게 놀렸습니다. 그 후 무슨 일만 있으면, 예컨대 누가 휴가나 출장 갈 일이 생기면 '거자필반이라고 꼭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십쇼', '거자필반하시면서 커피 한 잔 부탁드립니다'라고 농담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네요. 진지한 인사가 무색하게 전출 간 직원은 지금도 종종 얼굴 보며 지내는 사이니 그때로 돌아간다면 담백한 인사를 남겼을 것 같기도 합니다.


會者定離 去者必返 일상적으로 쓰기엔 부담스럽지만 인연을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때가 오면 이만한 말이 없습니다. 누구든 새로이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고 헤어지면 다시금 만나게 되리라는, 그런 당연한 말에 크나큰 슬픔을 이겨낼 힘도 의연하게 일상을 살아갈 힘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기쁨이에게 정이 들고 말았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짜릿했던 감정들을 넘어 익숙한 곳에서의 그리워하는 감정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보고 있으면 계속 같이 있고 싶고 돌아서면 그리운 마음이 벅차올라옵니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내게 말했습니다. "너와 함께 하는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결국은 너가 나를 떠나면서 끝나게 되더라"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예상했던 말은 아니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라고 우기지도 못했습니다. 앞으로 기쁨이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많이 표현하고, 그가 하려는 일에 기꺼이 동행하며, 그의 가치관과 꿈을 진심으로 지지할 수 있을 테지만 만남을 계속 이어가는 데는 불가항력적인 외부변수들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동행하는 망상을 하다가 축복하며 보내주는 예상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울렁울렁하는 것 같습니다. 요새 출퇴근길에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혼자서 연습하곤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큰 슬픔에 압도되어 그를 보내는 내 모습이 너무 추할 것 같아서 되든 안 되든 연습이라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會者定離, 지금은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게 보내줘야겠지만 언젠가 내 생각이 나면 去者必返, 한 번쯤 밥이라도 먹고 싶다고 그렇게라도 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일 것이라고 스스로 되뇌고 있습니다.


큰 슬픔이 닥쳐오더라도 이겨내고 큰 기쁨을 생각하며 일상을 살아내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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