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참을 수 없는 관계의 모호함 Sep 23. 2023
2016년 겨울 스웨덴 한림원에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발표를 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대중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빕 딜런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면서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포크를 넘어 미국 대중음악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며 '훌륭한 미국 음악의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냈다'는 선정이유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고은 시인이 미투 관련 성추문으로 잠적하기 전이라, 몇 년 내내 시상시즌만 되면 그가 노벨문학상 수상후보에 올랐다는 국내 언론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올해 수상자는 누가 될까 하고 은연중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사를 통해 문학 하는 가수가 상을 받게 되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 2017년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이 개봉되어 기다렸다는 듯 관람하러 갔습니다. 내심 시리즈 첫 작품보다 더 재밌기를 기대했으나 형만 한 아우 없다는 평이 무색하지 않게 플롯이나 연출이 평이했습니다. 오히려 기억에 남는 건 서스펜스가 고조되는 씬에 삽입된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였습니다. 오랜 기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노래이기도 하거니와 극 중에서 이를 부르는 등장인물에 대해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포크송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싶어 기억을 끄집어내 봤는데 상기한 노벨문학상 소식, 그리고 대중영화 속 삽입된 곡 정도밖에 없는 것 같네요.
포크송에 대한 미천한 지식이 들통나버렸지만 그래도 오늘 제가 좋아하는, 어쩌면 유일한 포크송을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혼성듀오 여유와 설빈의 <생각은 자유>입니다. 한국에서도 포크송을 부르는 가수가 당연히 있겠지만 알게 된 건 처음이었고, 가사 자체에도 몽글몽글하고 끌리는 매력이 있어 이 곡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여유와 설빈은 제주에 거주하며 한 번씩 육지에 올라와 작은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매번 때가 안 맞아 가보진 못했습니다. 가사만큼이나 서정적인 멜로디와 하모니카 연주를 꼭 직접 들어보고 싶어 공지가 언제 올라오나 한 번씩 확인하곤 합니다.
가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다시는 못 볼 님이라도 원망하지 않아요 / 그대여 내 곁에 머물러줘요'입니다. 국가도 종교도 없는 자유를 꿈꾸면서 현실의 복잡하고 수더분한 것들은 기꺼이 내려놓겠지만, 지금 나와 함께 하는 그대는 곁에 머물러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공감되네요. 기쁨이는 여행을 가보는 건 어떻겠냐며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했습니다. 그 말에 <생각은 자유> 속 가사처럼 발 디디고 있는 현실의 골치 아픈 문제들은 잠시 넣어두고 그와 단둘이 일상을 떠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그와 대화하고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 데 온전히 집중하며 힘들게 꾹꾹 눌러놓았던 친밀감 표현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순간이 오면 나는 무척 행복할 것 같네요. 생각은 자유니까 이 정도 상상은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