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묶음머리가 좋아

나는 가족 중에 여자형제가 없고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남초집단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여성들의 다양한 선호 혹은 취향, 예컨대 헤어스타일이나 악세사리, 피부톤 등에 대해 다소 무지한 편입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색채학이론이 들어오고 퍼스널컬러 진단받는 게 유행일 때 여자동기들로부터 본인 피부톤은 가을뮤트다, 여름쿨이다 하는 얘기는 들었는데 피부에 왜 계절 이름을 붙이는지도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그걸 유행시킨 사람이 계절을 넣어 이름 붙였기 때문이라네요. 요는 여성이 스스로를 꾸미는 방식에 대해 잘 모르니 신경 써서 꾸몄다면 스타일과 큰 상관없이 예쁘고 멋져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딱 하나 소나무처럼 일관되게 선호한 스타일이 있는데요. 반묶음 혹은 반머리라고도 부르는, 머리카락을 반 정도만 쥐어 포니테일처럼 묶어주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풀어내리는 스타일입니다. 다들 잘 아시죠? 저는 반묶음머리를 정말 좋아합니다. 지금은 남이 되어버린 한때 교제했던 분과의 일화가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가까워져 썸 타는 관계까지 진전되었으나 그분이 나와의 만남에 대한 확신이 아직 부족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반묶음하고 나온 날 '나는 반묶음한 머리가 너무 예뻐 보인다'는 말을 무심코 던졌다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 그럼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답을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여담이지만 그분이 계속 거리를 둔 건 아니고요, 그 후에 즐겁게 연애하다 서로를 응원하며 갈라졌습니다.


뜬금없이 반묶음 얘기를 왜 하냐는 분도 계시겠어요. 다른 게 아니라 어제 기쁨이가 반묶음 머리를 하고 찍은 사진을 보여줘서 정말 기뻤기 때문입니다. 원래도 그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사정없이 떨리는데, 제일 좋아하는 헤어스타일을 한 사진을 보내줬으니 그 심정이 짐작 가시나요?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첨언하자면 어떤 헤어스타일을 할 것을 기대한다거나 주문하는 건 전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일이 있었기에 일기처럼 개인적인 감상을 남기는 것일 뿐이지요. 사진 한 장에 이렇게 마음이 동하는 걸 보니 훈련소에서 인터넷편지를 기다리던 때가 생각나는데요, 놀랍게도 정확히 그 느낌 그대로입니다.


여하튼 기쁨이가 다음에 또 언제 반묶음 머리를 하고 나타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당분간 더 알고 지낼지 여부도 불분명하긴 합니다. 그래도 나는 어제 기쁨이가 보내준 사진에 무척 떨렸고, 그건 사실이잖아요? 쓰다 보니 부담 부담 왕부담 주는 글이 되어버려서 본의 아니게 죄송하게 됐습니다. 미안해요 그런데 나는 반묶음머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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