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사랑하게 만든 4가지 방법, 회복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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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_ [시우의 시선]
나는 늘 남이 내리는 평가에 무너져 내리는 사람이었다.
남들은 나의 개성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기에 바빴다.
싸이월드에 적어 올리던 나의 생각은 오글거리는 것으로,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는 것은 컨셉으로 치부하는 식이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었다.
나조차도 나의 개성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다.
남들에게 없는, 그토록 사랑스럽고 소중한 나의 개성들을 홀대하던 과거를 살았다.
결국 나의 우울은, 세상의 다수와 내가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했고,
치료를 이어가며 자존감을 쇠퇴시킨 감정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신과 치료와 약 복용은 분명한 도움이 되었다.
다만 더욱 강한 자해를 하는 등의 극단적인 확장을 막아줬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울이라는 깊고 어두운 구멍에서 나를 구출시켜 준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나를 재회한다면
너는 이 암흑에서 분명히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네가 가진 개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다독이고 싶다.
앞으로 쌓아갈 4가지 행동들이 우울증을 벗어나게 해 주었다고 일러줄 것이다.
첫 번째.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그날 있었던 일을 열거하고 내가 가진 감정을 여과 없이 기록했다.
이성복 시인은 “이야기된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고 했다.
혼자만의 일기장에 하고 싶은 말과 고민거리, 감정들을 모두 쏟아내면 우울을 털어내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일기를 다시 보면 그때의 일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작은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과정은 반복적으로 나에게 각인되었다.
고통스러운 일이 나에게 닥쳤을 때,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 것이다.
두 번째. 작은 성취를 꾸준하게 이뤄냈다.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아주 작은 목표를 설정해 보려고 했다.
서랍 정리하기,
속옷 빨래하기,
푸시업 10번 하기,
자고 일어나면 이불 정리하기.
와 같은 식이다.
단순히 이 목표를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 앱이나 종이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적어뒀다.
활동을 완료하면 해당 항목을 체크하고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이러한 작은 결과물들이 우울을 야기한 환경들을 밝게 변화시키고 있었다.
나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했고,
바닥부터 시작한 자존감이 조금씩 단단하게 쌓아져 올라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 햇빛을 보며 산책을 나갔다.
햇빛을 보지 못하면 사람은 우울해진다.
과학적인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낮 산책을 습관화했다.
햇빛을 눈과 몸에 저장하러 나간다는 기분으로 산책에 임했다.
놀랍게도 그 따스함이 나의 우울한 감정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렸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감정들을 기록했다.
나의 경우는 사진과 글이었다.
특정한 장소에서 나의 시선이 가는 장면과
내 마음이 쓰이는 사물들을 사진으로 담아뒀다.
어떤 날에는 예쁜 풍경이, 어떤 날에는 버려진 물건들이 담겼다.
사진으로 나의 감정을 담아두면 훗날 과거의 감성을 회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그 사진들을 고등학교 방송과 사진 수업 시간에 매주 발표해야 했다.
친구들은 나만의 시선이 담긴 사진을 좋아하고 부러워했다.
남들과 다르다고, 틀린 것으로 규정되던 나만의 개성이 오히려 강점이 된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단련해온 글쓰기 실력 덕분에 10년 가까이 써온 에세이는 사진과 더불어 나만의 시그니처 미디어가 되었다.
나의 오랜 친구들은 이 미디어를 사랑해준다.
나와 처음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이 미디어를 보고 당신과 더욱 친해지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요즘은 이러한 경험을 하기가 더 쉽다.
누구나 자신의 시선을 SNS에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이지 않나.
SNS에 나만의 시선과 감정이 담긴 계정을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시선을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글, 그림, 사진. 무엇이든 좋다.
나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라면 용기를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나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나의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도, 예민한 감정과 시선도, 내가 저지르는 실수들도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음을 나는 잘 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어디에 가든 나의 시선과 감성을 부러워하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내 모습을 따라 하려는 사람도 나타난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의 내가 부끄럽지 않다.
이곳에 나의 우울증을 공개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나의 친구들은 내 우울증 병력을 듣고도 변함없이 친구 사이를 유지해주었다.
당연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 고백이 무척 힘든 일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나의 경험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걷고 있는 그 험난한 여정의 기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미래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그날을 응원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사랑스럽고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